새누리당의 새 지도부에 경기·인천 출신 인사가 실종됐다. 선거 때마다 '최대 표밭'이라며 표구걸을 하면서도, 정작 지도부 구성에서는 소외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지도부에 지역 인사가 빠졌다고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영남 패권과 계파 싸움으로 '애석하게 됐다'는 허탈감이 없지 않은 듯하다.
지난 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서 경기도 출신 인사들은 주류와 비주류의 선택을 강요받는 경쟁에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강력한 당권 주자로 기대를 받았던 서청원(화성갑)·홍문종(의정부을) 의원은 당내 세력 싸움에 밀려 경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이어 정병국(여주·양평) 의원마저 비박(박근혜)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 하차했다. 한선교(용인병) 의원만이 유일한 수도권 당 대표 후보였다.
한 의원은 전대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막판 수도권 세(勢) 결집에 나섰다.
한 의원은 "수도권 비박계 후보의 단일화로 인해, (내가) 수도권 단일후보가 됐다"며 "청년실업·주거 문제 등 수도권은 사실상 남쪽 지방보다 살기가 더 어려운데도, 항상 정치적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청년 실업 문제와 주택난 해결을 위해 내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최고위원에 도전한 함진규(시흥갑) 의원도 전대 당일 수도권 유일 후보론을 강조하며 마지막까지 당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함 의원은 정견 발표에서 "최고위원 4명에 수도권 출신이 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느냐"며 "수도권을 버린다면 새누리당에는 미래가 없다.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의 미래는 오늘 여러분의 손끝에 달려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두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지역 여론 주도층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당 소속 의원들은 이번 전대가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으로 변질해 지역 인사가 빠졌지만, 그렇다고 홀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홍철호(김포을) 경기도당위원장은 "당 분위기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 선택을 강요받는 실정이다 보니, 그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아 표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도부에 지역 의원이 없다고 해서 수도권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화합하지 못하는 도내 정치권에 대한 안타까운 입장을 숨기지 못했다.
초선의 송석준(이천) 의원은 "정병국 의원의 선전에 많은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인데, 결과적으로 아쉽고 지역에서도 허탈해 하는 분위기가 높다"며 "지역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정의종·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