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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주민 2명이 다른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다. 경찰은 한센인 사이에서 빚어진 이성 문제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경찰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사건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고흥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발생한 한센인간 살인 사건은 치정 관계가 얽힌 원한 범죄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용의자 오모(68)씨는 경찰에 "천모(65)씨가 (사실혼 관계의)최모(60·여)씨를 자주 만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같은 한센인 마을에 거주하는 최씨와 천씨를 전날 새벽 차례로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해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응급 수술을 받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오씨는 2010년 소록도병원에 입원하고 한센인 마을에 거주했으며 최씨와는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천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자주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새벽 인근 여성 거주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최씨의 집을 찾아 이 문제로 다투다가 최씨의 집에 있는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곧바로 천씨의 집을 찾아갔고 때마침 외출 중인 천씨를 집에서 기다렸다. 외출하고 돌아온 천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의 배를 찔렀다.

천씨의 집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오씨를 목격한 마을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오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천씨의 집에서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들은 주민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오씨가 범행을 인정함에 따라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살인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오씨가 마을 주민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다는 진술을 토대로 이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센인 마을이 조성된 것은 100년으로 이 마을에서 이번과 같은 살인 사건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록도에는 치안센터 1곳이 있지만 근무인력은 없는 상태다. 대신 소록대교 건너 녹동파출소에서 소록도를 관할하며 소록도병원까지 순찰을 돌고 있지만 한센인 마을까지는 접근조차 못한다.

마을 자치회 차원에서 치안을 맡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실상 치안 공백 상태다.

9일 오전 4시 45분께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오씨가 자해를 시도한 채 발견됐다. 같은 건물에서 따로 거주하는 천씨와, 인근 여성 거주지에서 살고 있는 최씨가 흉기에 찔린 채 차례로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