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완전개장 앞둔 터미널운영사
수십억 고가에 작은장비 도입추진
선박대형화·입항증가등 환경변화
항만업계 장기적 비효율 초래 지적
인천신항이 내년 11월 완전개장을 앞둔 가운데, 한진과 선광 등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것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중고 갠트리 크레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갠트리 크레인은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싣는 데 사용하는 장비로 컨테이너 부두의 하역 장비 중 가장 중요한 장비로 꼽힌다.
인천 항만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어, 규모와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인천 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부분개장해 운영하고 있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은 내년 11월 완전 개장을 앞두고 부산항에 있는 중고 갠트리 크레인 2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JIT는 올해 초 부분개장을 할 때 선박에 22열까지 적재된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는 갠트리 크레인 5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하려는 2대의 갠트리 크레인은 이보다 작은 규모인 18열까지만 작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JIT 관계자는 "내년 11월까지는 갠트리 크레인 2기를 도입해야 해 부산항에 있는 중고 크레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다음 달에는 중고 크레인을 구입할 지, 새로 발주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도 현재 운영하고 있는 22열 갠트리 크레인(5기)보다 작은 18열 규모의 중고 크레인 2기 도입을 확정했다. 인천신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크레인을 정비하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 인천항에 들여와 운영할 예정이다.
터미널 운영사들이 중고 장비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선광은 부분개장할 때 1기당 80억 원에 새 갠트리 크레인을 구입했지만, 이번에 광양항에서 들여온 중고 크레인은 2기에 23억원이었다. 중국의 제조업체가 갠트리 크레인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이 항만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까지는 인천항에 대형선박의 입항이 많지 않아 규모가 작은 크레인을 쓰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점도 중고 크레인을 도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항만업계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인 갠트리 크레인의 경우 수십 년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들 중고 크레인이 비효율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파나마 운하 확장, 선박 대형화 추세 등 대외 변화와 맞물려 내년 말 인천신항 증심이 이뤄지면 대형 선박의 입항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런 항만업계의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입항해 하역을 마친 뒤 다른 항으로 서둘러 떠나야 해 크레인의 성능은 곧 항만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당장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중고크레인을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입항하는 선박이 점차 대형화될수록 대형 크레인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