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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 경력등 홍보만 믿고 장당 10만원 의뢰
뻔한 이야기 나열… 단속·규제방법도 없어 주의해야

지난 2월 수도권 소재 대학을 졸업한 강모(26)씨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임박해지자 인터넷 취업커뮤니티에 올라온 자기소개서(자소서) 대필 업체에 자소서를 맡겼다.

학점 및 토익, 해외연수 등 남들에 뒤떨어지지 않은 스펙을 갖췄음에도 매번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면서 자소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A4용지 한장 당 1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총 30만원을 내고 의뢰했다.

하지만 강씨는 신춘문예 당선 경력 및 기자·소설가 등의 대필 작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업체의 홍보를 믿고 기대했다가 첨삭받은 자소서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과 달리 너무 형식적인 이야기들로 나열됐고, 대필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필이 의심되면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어 강씨는 항의하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이미 첨삭이 완료됐고 서비스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버텨 결국 눈물을 머금고 30만원을 포기했다.

이처럼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100여개의 자소서 첨삭·대필 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취업준비생을 현혹하고 있고, 취업에 대한 압박과 절박한 심정으로 업체를 찾는 취업준비생들도 급증하고 있다.

취업 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64%가 '자소서를 작성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고, '대필을 맡기겠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41%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전문성을 확인할 방법도, 단속 및 제재할 규제도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필과 같은 컨설팅 업체의 경우 학원 관련법에 포함되지 않고 신고 후 세금만 내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도 비용을 주고받는 대필·첨삭 등 컨설팅은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에 의한 문제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입시와 채용 과정에서 대필 자소서를 제출할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입시와 채용을 학교와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처리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최근 대필 자소서가 크게 늘어 이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고 대필 흔적이 있을 경우 서류전형에서 무조건 제외하고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뛰어난 글솜씨가 아니라 서투르더라도 진솔하고 열정이 묻어나는 사람이기에 자소서를 스스로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