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7일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신임 대표가 선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58년 개띠'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여당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도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추 대표는 각각 9월과 10월 출생했다.
여야를 대표하는 당수가 동갑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1958년은 6·25전쟁 이후 본격적인 베이비붐이 시작된 첫해로, 그해 출생자들은 4·19세대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도 불린다.
급속한 산업화와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를 동시에 경험했으며 1974년부터 시행된 고교평준화제도로 속칭 '뺑뺑이'로 고교에 진학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 현대사 격동기의 여러 특징적인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58년 개띠'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정치 경력에서도 닮은 듯 대칭을 이루는 지점들이 있다.
이 대표는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영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사(史)에서 첫 호남 출신 대표고, 추 대표는 반대로 60여 년 민주당사에서 대구·경북(TK) 출신 당수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는 점도 닮은 점이다.
동갑내기 여야 대표 외에도 20대 국회에서는 1958년생 정치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여권에서는 잠룡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과 전반기 국회부의장인 심재철 의원, 소장파 출신의 5선 의원인 정병국 의원 등이 있다.
야권의 더민주에서는 역시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과 '전략통' 민병두 의원이 있고, 국민의당에서는 정책위 의장으로 활약 중인 김성식 의원 등이 모두 1958년생이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를 지나며 야권 정치의 신진 중추로 떠올랐던 '86그룹'은 이번 더민주의 전대를 통해 한걸음 물러서는 분위기다.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충격의 컷오프를 당한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유은혜 의원이 여성 최고위원을 놓고 막판까지 각축을 벌이다 패배했고, 박홍근 의원도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참모에서 리더로 거듭난 '86그룹'의 기수 노릇을 여전히 하고 있지만, 그 외 인사들은 주역의 자리를 일단 한 세대 위 선배들에 도로 넘겨주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