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이 부대에 전입한 김모(22) 일병이 콘크리트로 된 반지하 벙커인 GP내 내무반에 잠들어 있던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던진 것이다. 당시 내무반에는 모두 25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수류탄 투척후 40여발 난사…소초장까지 8명 사망
수류탄 투척과 함께 내무반은 일순간 피범벅과 함께 온통 아수라장이 됐고 김 일병은 뒤이어 내무반에 있던 동료 병사의 K-1 소총에 자신이 지니고 있던 탄창을 끼워 수 십여발을 난사했다. 김 일병의 이 같은 충격적인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 일병은 내무반을 빠져나와 콘크리트로 된 반지하 벙커인 GP의 같은 공간내에 마련된 휴게실에 있던 소초장 김종명(26) 중위와 취사장에서 물을 먹고 있던 병사 1명에게도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내무반에서 잠을 자던 병사 6명과 휴게실과 취사장에 각각 있던 소초장 김 중위 및 병사 1명 등 총 8명이 사망하고 김유학·박준영 일병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김 중위의 후임으로 미리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던 후임 소초장과 부대원들은 사망자 및 부상자 수습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10여분후 부소초장에 의해 전원집합후 검거
이로 인해 정작 사고를 낸 김 일병은 사고 직후 10여분이 지난 시간에서야 부대원들에 의해 검거됐다고 육군은 밝혔다.
그 것도 후임 소초장이 소초원들을 연병장에 소집해 일일이 자신의 탄창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김 일병을 추궁한 끝에 김 일병을 검거했다는 것이 육군측의 설명이다.
김 일병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 및 경위 등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하고 있는 육군에 따르면 김 일병은 당초 이날 0시께 동료 병사와 함께 GP 건물 외곽에 설치된 경계진지에 투입됐다.
이 부대는 이날 밤 모두 3개의 경계진지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기로 돼 있었고, 김 일병은 동료 병사 1명과 1시간30분씩 이른바 '밀어내기 근무'를 하며 3개 진지를 돌게 돼 있었다.
그러나 김 일병은 동료 병사 1명과 첫 번째 진지 경계임무를 마치고 두 번째 진지로 이동 후 범행을 위해 진지를 빠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0시부터 근무에 투입돼 첫 번째 경계진지에서 근무를 마치는 시간이 오전 1시30분이 됐을테고, 김 일병이 범행을 저지른 시간이 2시 30분께이기 때문이다. 김 일병은 경계근무 중 자신의 소총은 경계진지에 남겨둔 채 탄창만 빼내 내무반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범행후 태연히 근무복귀…범행 은폐기도 추측
육군측은 당초 김 일병이 다음 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내무반으로 들어와 평소 언어폭력을 일삼는 선임병이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도 “김 일병이 범행 후 태연히 경계진지로 돌아가 근무를 서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일병이 범행을 저지른 직후 부대원들이 사상자 등 사고를 수습하는 어수선한 틈을 타 태연히 근무지로 되돌아 감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근무지로 되돌아간 김 일병은 이후 이달 말에 전역할 예정이던 소초장 김 중위와의 업무인수 인계를 위해 근무 중이던 부소초장에 의해 다른 근무조 7명과 함께 연병장으로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은 이때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한 채 태연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소초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탄창에 남아있는 탄환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총 50발을 지급받았던 김 일병의 탄창에 6발만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 김 일병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