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누리과정 예산·개성공단 피해 기업 지원 포함을"
새누리 "추경과 상관없는 새로운 제시안 고집" 정면 거부
'협치' 내세웠던 20대… 비판 목소리 당분간 지속될 전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30일 막판 진통을 거듭한 끝에 추경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그동안 첨예하게 쟁점이 돼 온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와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 등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발생,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을 빚고 말았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경안 막판 심의 과정에서 야당이 누리과정에 들어간 지방채 상환 비용 6천억원과 개성공단 폐쇄 피해기업 지원 예산 700억원 등을 포함하라는 요구를 새롭게 제시하고, 이를 새누리당이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가까스로 합의한 추경안은 또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 여야 간 밤샘협상도 소용없었다.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추경과 무관한 예산을 포함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탓에 합의가 불발됐다며 이날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했다. 이날 오후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치를 예정이었던 당 의원연찬회마저 무기한 연기했다.
당은 이번 추경의 목적이 구조조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국한된 만큼 더민주의 요구를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중으로 추경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백남기 사건 청문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약속도 동시에 파기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면서 "야당의 요구는 명백한 위헌 소지가 있는 위헌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여당 예결위 간사인 주광덕(남양주병)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은 추경과 관련 없는 사업을 증액해달라고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더민주는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부실하다는 점을 들어 야당의 요구 사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의총에서 "발목잡기 모습을 안 보이기 위해 협조하려 했지만, 민생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일선 학교에서 암을 유발하는 우레탄이 깔린 곳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자는데, 부실 대기업에는 수조 원을 지원하면서 고작 민생에 몇 천억원 넣는 것도 못하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 때문에 시작한 추경이지만 내용을 보면 보잘 것 없는 부실 예산에 불과하다"며 "정부 여당의 획기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처럼 추경안이 다시 한 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면서, '협치'를 전면에 내세운 20대 국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예결위 여야 3당 간사는 31일 추경안 관련 재협상에 돌입한다.
/정의종·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