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1일에도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처리를 놓고 충돌하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여야는 마지막까지도 추경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누리과정과 개성공단 등의 예산을 놓고 입장 차가 워낙 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이틀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정부의 국채상환 재원을 삭감해 지방교육채 상환으로 돌리는 안을 강행 처리한데 대해 여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의 대화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로인해 이날 오전 예정됐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파행되는 등 국회는 사실상 기능이 '올-스톱' 됐다.
여야 3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만나 추경안 처리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을 포함한 교육관련 예산을 놓고 더민주와 새누리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다가, 개성공단 피해기업 지원예산을 놓고도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교육 관련 예산에서는 더민주가 최소 3천억원을 추경에 편성해야 한다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지방교육청의 채무상환, 학교 우레탄 운동장 교체, 교직원 통합관사 설치 등에 필요한 재원이다.
새누리는 학교 우레탄 운동장 교체와 교직원 통합관사 설치 관련 예산에는 어느정도 수긍하는 모습이지만, 지방교육청 채무상환 관련 예산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방교육청 채무상환 예산은 각 교육청들이 발행한 지방교육채를 갚기 위한 예산으로, 교육청 지방교육채의 대부분이 누리과정을 위해 발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누리과정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나 다름없다.
특히 새누리는 지난 29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정부의 국채 상환 재원을 절반으로 삭감하고 이를 지방교육채 상환 재원에 쓰도록 단독 처리한데 대해 '날치기 예산'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방교육청 채무상환 예산은 처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민주와 새누리가 충돌하자 국민의당이 교육관련 예산 3천억원을 2천500억원으로 줄이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교육예산 뿐 아니라 개성공단 피해기업 지원예산 700억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는 정부가 개성공단을 갑자기 폐쇄 조치하면서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원·부자재를 대거 남겨놓고 온 만큼, 예산을 세워 이들 기업의 원·부자재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원·부자재 납품 협력업체들은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린 임금과 대금 미수금으로 5천여 협력업체가 고통받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새누리와 정부는 정확한 금액도 파악할 수 없는 원·부자재 피해를 지원하는 것은 '혈세 퍼주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신고 조차 하지 않은 원·부자재를 기업들의 주장만 믿고 보상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추경안 처리가 이처럼 날 선 대립으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자 여야는 책임 공방까지 벌이고 나섰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민생 예산을 늘리자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정부·여당이 한 푼도 올리지 않은 안을 가져왔다"며 "정부와 여당이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으면서 일선 학교나 중소기업 등에는 야박하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가 추경안 처리를 두 차례 합의했는데 모두 백지화됐다. 더민주가 고비마다 합의를 깨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통제하지 못한 탓"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여야가 추경안 처리를 놓고 이처럼 대립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조윤선 문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못하고 파행됐다.
청문회 시작 직전에 여야 의원들이 욕설까지 섞인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바람에 조 후보자의 선서도 진행하지 못한 채 교문위가 해산했다.
지난 29일 교문위에서 야당이 추경안을 단독으로 변경해 처리한데 대해 새누리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불거진 충돌이었다.
교문위는 오후 2시께 속개해 청문회를 다시 시도한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진행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