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수도권 내 정수장에서 '저질 활성탄'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경인일보 8월 25일자 1면보도)되자 금품제공 등 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납품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TF팀 활동을 시작했지만, 해당 팀에 정작 관련 업계 현황을 인식하거나 경험있는 업체는 단 1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TF팀 활동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실체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수자원공사 교육원에서 '활성탄 구매 프로세스 업무개선을 위한 TF팀'을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TF팀은 수자원공사 내부인력 11명과 학계 교수 2명, 정수장 설계업체 관계자 3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내부인사는 7명만 참여키로 했지만, 전국적인 사안인 만큼 각지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 5명을 증강했다. TF팀 구성원에 대해서는 수차례 공개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활성탄 납품구조 속 잘못된 관행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들은 사실 수자원공사가 만든 구조적 문제의 피해자"라며 "공급자의 시각에서만 만드는 개선책은 결국 또 다른 비리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정수장에 저질 활성탄을 납품한 업체 관계자가 구속됐을 때, 수자원공사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른바 '꼬리 자르기'만 수월하도록 대안을 내놨다"며 "TF팀에 업계의 실질적인 상황은 잘 알지 못하는 행정직·학자·정수장 설계업체들만 포함된 것은 '호랑이를 잡는다면서 호랑이 굴에는 들어가지 않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활성탄 업체 중 대표성을 지닌 곳을 특정할 수 없어 TF팀에 포함할 수 없으며 정수장 설계업체에서 업계 동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업체의 상황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간결과가 나온 뒤 활성탄 업체들과 간담회 형식의 만남을 통해 업체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첫날 회의부터 업계의 관행을 비롯해 활성탄 납품과 관련된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업계·학계는 물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양질의 활성탄 도입을 위한 납품구조 및 품질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