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 등의 임명을 해외순방 중에 전자결재로 강행했다. 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야당은 두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들어 부적격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으나 박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임명했다. 야당은 조윤선, 김재수 두 장관의 임명 강행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제도 도입 이후 2005년도에 대상이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되고 이후에도 청문 대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사청문 대상의 확대 추세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고위 공직자 인사권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청문제도는 있으나마나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비단 박근혜 정부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정부 등 역대 정부도 인사청문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했다. 인사청문보고서가 부적격으로 채택될 때는 물론이고, 채택 자체가 무산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예가 비일비재했다.

이유는 인사청문회법 때문이다. 국회의 인사청문결과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아무런 구속요건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인사청문회를 왜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지 않고 부적격 여론이 확산되어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불법이 아니다. 이러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폐지하는 편이 낫다. 국민과 국회를 가볍게 보지 않고서야 비리와 의혹 투성이로 국회가 반대하는 후보자를 어찌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인사청문 대상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상이 많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고유권한이라는 논리는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위임되었다고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위임민주주의에나 어울리는 논리다. 무용지물화하고 있는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거나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임명할 수 없도록 현행 인사청문회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