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66주년을 앞두고 인천시내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9일 월미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는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강습상륙함인 독도함을 비롯한 한·미 해군 함정과 항공기 등이 '그날'을 재현했다. 초청을 받아 전승행사를 지켜 본 80대와 90대 노병들은 감개무량했다. 참전용사 중에는 상륙작전에 앞서 전개됐던 첩보작전 'X-레이'의 현장지휘관이었던 90대의 김순기옹도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참전용사와 참전국 무관, 군악대와 의장대, 주한미군 장병 등 500여 명이 시가행진을 했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인도네시아 등 15개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이뤄진 외국인유학생연합은 월미공원 등 작전현장을 둘러보고 참전용사를 만나는 역사투어를 진행했다. 이튿날 한·미 고교 ROTC생 260명이 상륙함을 타고 월미도에서 팔미도 등대 해상까지 항해하는 행사를 가졌다.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그림그리기 대회도 열렸다. 미래 세대들은 통일과 안보를 주제로 저마다의 생각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다. 인천지역 초·중·고교생들까지 참여하는 '9·15 마라톤대회'도 열렸다.

이처럼 올해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고 참가의 폭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유정복 시장이 '호국도시 인천'을 주요 시책으로 내세운 것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요인보다도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가 없었더라면 과연 오늘의 이런 관심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또다시 '잊힌 역사'가 될 수도 있다. 불과 두 달 전만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하지 않았는가.

참혹한 전쟁의 기억과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우리처럼 가벼이 여기는 나라와 국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당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고 희생을 강요했던 북한과 중국조차도 전쟁기념행사를 해마다 보란 듯이 성대하게 펼친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겨우 이 정도 수준이다. 그나마 언제 또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천상륙작전 66주년 기념행사는 우리가 역사와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치렀다고 끝난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