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부근 실외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에게 대법원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이 성범죄 처벌법에서 규정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법원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법 해석을 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법 문언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국민 상식과 괴리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로 기소된 A(35)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회사원 A씨는 2014년 7월26일 오후 9시께 전북 전주시 한 음식점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외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성적 욕망에 이끌려 따라갔다.

여성이 용변을 보는 칸의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간 그는 칸막이 사이의 공간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여성의 용변 장면을 훔쳐보다 적발됐다.

음식점 밖 왼편 건물 계단 중간에 설치된 이 화장실은 음식점 영업시간에 맞춰 개방·폐쇄됐지만, 손님이 아니어도 누구든 사용할 수 있었다.

검찰은 그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제12조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이 조항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의 공공장소에 침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

그러나 1심은 1년간의 재판 끝에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중화장실이란 '일반 대중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인데 이 화장실은 일반 대중이 아닌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곳이라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고 처벌도 못 한다는 것이다.

현 공중화장실법은 공중화장실을 '공중(公衆)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로 정의한다.

그러나 법원은 전주시의 사실조회 등을 거쳐 해당 화장실이 '음식점 주인이 불특정 다수의 자기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화장실'이라고 봤다.

검찰은 "법원이 성범죄 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외면하고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며 불복했지만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원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의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상가 화장실과 같이 손님을 위해 설치된 화장실에선 A씨처럼 타인을 향해 원치 않는 성적 행동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모순적 판결이 확정됐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이 법이 규정하지 않은 것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법 감정과는 정반대의 대법원 판례가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법이 규정한 성범죄 처벌 가능 장소를 기존의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등으로 국한할 게 아니라 설치·제공 목적과 관계없이 모든 화장실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