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와 수원시민들이 국제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에 건립을 추진해온 유럽 내 첫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측의 거센 반대로 세워지지 못하게 됐다.

수원시는 21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오전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로부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일본 측의 반대로 설치가 어렵게 됐다는 공식 서한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염태영 수원시장은 "우리 시는 건립추진위 등 지역사회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프라이부르크시에 유감의사 등을 담은 공식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염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노력을 일본은 사과는 커녕 과거를 부정하고 왜곡,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과거를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수원시는 프라이부르크시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시와 27년간 자매결연한 일본 마쓰야마시, 일본 정부, 일본 우익들의 조직적인 방해와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국제자매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주현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이날 정오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1천249차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 위원장은 프라이부르크 시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들의 조직적인 방해와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의 일본대사와 프랑크푸르트의 일본총영사가 프라이부르크 시를 방문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프라이부르크 시와 27년간 자매결연을 해온 일본 마쓰야마시가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는 뜻을 프라이부르크 시에 통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수원시도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지난 19일 디터 잘로먼(Dietor Salomon)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염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상 건립 보도가 나간 뒤 일본인과 일본 정부로부터 설립을 중단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았다. 내가 시장직을 수행한 모든 기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갑작스러운 소녀상 건립 불가 통보에 수원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측의 방해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잘로먼 시장과 프라이부르크시의 소녀상 건립에 대한 의지가 컸던 터라 건립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염 시장이 잘로먼 시장에게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면서 미국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 일본 정부와 극우단체의 방해와 압박이 컸던 사례를 소개했을 때 잘로먼 시장은 "우리 시가 일본 정부나 우리 시 일본 자매도시(마쓰야마시)로부터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한 바 있다.

특히 잘로먼 시장은 프라이부르크시 중심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중앙정원을 소녀상 설치 장소로 추천하기도 하는 등 소녀상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일본 우익단체와 현지 일본인들이 수많은 항의성 전화와 전자 메일 등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반대운동을 펼친 것으로 안다"면서 "프라이부르크시에 소녀상이 건립되면 유럽 내 최초이고,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소녀상 건립을 막을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집요한 반대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 소녀상 건립은 지방도시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지난 5월 염 시장의 건립 제안을 잘로먼 시장이 받아들여 시동이 걸렸다.

염 시장이 이런 사실을 지난 5일 월례조회에서 공식 발표했고 곧이어 수원시내 75개 기관·단체가 모여 '수원시 국제자매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모금활동을 벌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