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만 5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독감(인플루엔자) 무료접종을 실시하려던 계획이 의료계의 우려(경인일보 9월 23일자 1면보도)대로 대폭 축소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오는 10월 4일부터 12월 말까지 생후 6~12개월 미만(2015년 10월 1일~2016년 6월 30일 출생) 영아 약 32만명을 대상으로 전국 지정의료기관(보건소 제외)에서 독감 무료예방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이달 초 여야 합의로 5세 미만(59개월까지) 영유아 213만명에 대한 백신 무료접종 예산으로 28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의사일정이 늦어지고 질병관리본부가 충분한 백신 확보를 하지 못하면서 무료접종 수혜자가 75%나 줄어들게 됐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독감 무료접종 지원대상자 결정은 올해 백신생산과 공급이 종료된 상황에서 고령자 대상 무료접종의 안정적 추진 및 소아·만성질환자 등의 민간 유료접종 수요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결정이 공개되자 의료계는 물론, 5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예산안은 9월에 통과됐지만 영유아 무료접종에 대한 논의는 7월부터 이뤄졌으며, 의사회에서는 해외에 있는 백신 회사를 통해 물량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예산확정이 안 됐다는 이유로 정부는 백신확보를 차일피일 미뤘다"며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3세 미만 유아의 경우 0.25cc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현재 기존의 병원에서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0.5cc 백신에서 0.25cc만 사용하고 이를 폐기하면 현재 물량으로도 영유아 무료 접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외국에서도 통용되는 방법이고, 의료법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3세 자녀를 둔 수원의 이모(36·여)씨는 "얼마 전 시내 보건소를 방문했다가 조금 있으면 무료접종이 실시 될 것이라고 해서 접종을 미뤘는데, 이번 정부 결정에서는 아예 우리 아이 연령대가 빠져있어 황당했다. 결국 자비로 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의사회 측이 건의한 방법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됐지만, 올해의 경우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만약에 무료접종 수요 폭증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의사회가 추천한 방법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