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로부터 뒷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불분명하다는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57) 교수가 1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29일 "피고인은 일간지에 소개될 만큼 독성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옥시 측 금품을 받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조 교수의 행동은 공무 수행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연구 발표의 진실성을 현저하게 침해한 매우 중대한 범행"이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 교수는 2011년∼2012년 옥시 측 부탁으로 살균제 성분 유해성이 드러나는 실험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써준 혐의(증거위조)로 구속기소 됐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고자 조 교수에게 해당 보고서를 맡겼다.
조 교수는 대신 옥시 측으로부터 서울대에 지급된 연구용역비 2억5천만원과 별도의 '자문료' 1천200만원을 개인계좌로 수수한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를 받는다. 옥시로부터 받은 용역비 중 5천670만원을 다른 용도로 쓴 혐의(사기)도 있다.
조 교수 사건은 검찰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 중 처음으로 1심 선고가 난 사례다.
조 교수와 같은 연구 조작 혐의를 받는 호서대 유모(61) 교수는 내달 14일 선고 공판이 열린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등 제조사 임직원들의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선고 직후 법정 앞에서 관련 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구형에도 못 미치는 형량에 피해자 한 분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은 즉각 항소하고, 2심 재판부는 살인기업의 범죄증거를 조작해준 피고인의 죄를 더 엄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대참사의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한 옥시 본사와 김앤장법률사무소도 끝까지 수사·처벌해야 하며,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준 공정거래위와 책임규명을 거부한 감사원도 조사하는 한편 국정조사 특위 활동은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