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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요양병원이 노인 학대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어 요양병원과 그곳에서 일하는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인권 인식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산책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밥·간식 안주고 구타하고…
작년 신고 88건 '10년새 2배'
'병원'이유 지자체 관리 배제
문제땐 "소속 아니다" 회피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요양병원이 노인학대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신고는 88건으로 지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요양병원은 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하는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과 달리 일반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으로 등록돼 있어 제대로 된 학대 감시망도 작동하지 않는다. 24시간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인 역시 학대신고 의무자로 등록돼 있지 않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요양병원만 1천300여 곳. 경인일보는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2차례에 걸쳐 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학대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A(79·여)씨는 지난 5월께 낙상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쳐 대소변조차 혼자 해결할 수 없게 됐다. 하루 3시간밖에 안 되는 방문요양보호서비스로는 생활이 안 되자 A씨는 자녀들의 권유로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간병인은 자녀들이 냉장고에 넣어둔 간식을 며칠째 꺼내주지 않거나 식사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최근 자녀들은 A씨의 얼굴과 눈 주변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을 발견했다. 자녀들은 "간병인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에 진상파악을 요구했으나, 요양병원 측은 "간병인은 병원 소속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도내 한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한 B(80) 씨의 자녀들 역시 아버지의 얼굴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하고 간병인의 학대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병원 측은 "간병인과 병원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일관했다. 간병인을 파견한 업체도 "해당 간병인이 문제가 있어 해고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두 사건은 모두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됐지만, 요양병원이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행정 처분은 물론 간단한 경고조차 없었다.

노인성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찾는 일부 요양병원이 노인학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참조

29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88건(가해자 100명)이고, 간병인 등 기관 종사자 27명이 학대 가해자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학대예방교육 의무나 지자체의 행정제재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어떠한 행정처분도 받지 않고 있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에서 학대판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또한 간병인은 '의료인'이 아니란 이유로 학대신고의무라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학대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학대신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조사를 하더라도 학대판정을 하기 어려워 개인이 법적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요양병원과 그곳에서 일하는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인권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설아·조윤영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