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혐오 논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면서 어떤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인지 판단하는 데 성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3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학술지 '언론정보연구' 최근호에 실은 논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여성혐오 발언의 반(反)여성적 시각을 더 분명하게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서베이 회사에 의뢰해 전국 20∼40대 남녀 3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외모에 대한 발언, 연애관 및 여성성에 대한 발언, 여성의 능력에 대한 발언, 물리적 폭력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4가지 발언유형을 구성하고, 이 발언에 담긴 부정적 여성관에 대한 인식, 본인이나 타인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7점 척도로 답하게 했다.

⑴ " 성괴(성형 괴물)가 예쁜 척하면 쟨 진짜 자기가 예쁜 줄 착각하는 것 같아서 그냥 XX 빡침;; 성괴 주제에-.", ⑵ "데이트 비용 반반 안 내는 여자 김치녀 맞죠? (중략) 그런 여자들이 다른 여자들까지 욕 먹이는 김치X 맞죠?"

⑶ "한국 여성의 단점을 말해줄까? '자립심'이 없다는 거다. (중략) 맨날 회사에서 카톡질이나 하다가 여차저차 힘든 일 있으면 툭하면 운다. (중략) 드라마와 현실도 구분 못해서 눈만 높음."

⑷ "성매매 금지, 음란물 금지, 불경기로 연애, 결혼 어려움. 결국 남은 건 강간XX, 저런 쓰레기(여성 지칭)들은 사회에서 격리하고 삼일에 한 번씩 패 줘야 한다"와 같은 발언 내용이 예시로 쓰였다.

그 결과 모든 발언유형에서 이들 발언이 부정적 여성관을 드러낸다는 인식을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하게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4개 발언유형의 부정적 영향을 7점 만점에서 평균 5.28∼6.02점으로 부여한 반면, 남성은 평균 4.37∼4.91점을 줬다.

여성혐오 발언이 어떤 성별집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성별로 차이가 났다.

여성은 다른 남성, 다른 사람, 다른 여성 순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인식한 반면 남성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극단적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은 4번째 발언유형에 대해서는 성별이 뒤바뀌었다.

남성들은 이 발언으로 여성들이 일반 성인이나 다른 남성들에 비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인식했으나 여성들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응답자들은 메시지가 부정적인 여성관을 드러낸다고 인식할수록, 아울러 '다른 남성'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각할수록 여성혐오 발언을 규제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여성혐오 발언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진단에 개인 간, 집단 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집단 차별적 표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논의와 함께 현상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