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수원화성 능에 참배하러 가는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가 8일 오전 서울 창덕궁에서 시작됐다. 창덕궁에서 돈화문로 600m 양쪽에 백관이 도열한 가운데 안전·무사복귀를 기원하는 출궁의식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수원시 제공

10월의 두번째 토요일인 8일 일부 지역에 가을비가 내렸지만, 완연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축제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서울 도심에서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부터 세계불꽃축제까지 볼거리가 가득했다.

조선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을 융·건릉으로 옮긴 뒤 수원화성으로 13차례 능행차를 떠났다.

이 능행차는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안양과 지지대고개를 거쳐 수원화성까지 오는 조선 최대 왕실행렬이었다.

1795년은 정조 즉위 20주년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환갑잔치를 기념해 7박 8일 일정으로 수원화성을 찾았다. 참여 인원이 6천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수원화성 축조 220주년을 맞는 올해 수원시와 서울시가 최초로 세계문화유산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묘사된 1795년(정조 19년) 능행차를 서울 창덕궁∼수원 화성행궁 간 48.1㎞ 구간에서 8∼9일 이틀에 걸쳐 원형대로 복원한다.

이번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는 서울시와 수원시를 비롯한 능행차 구간 수도권 지자체들이 협력해 열렸다.

총 참여인원 3천69명, 말 408필을 동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오전 창덕궁에서 시작된 능행차 재현에는 서울지역에서만 1천239명, 말 168필 등을 동원해 시민에게 장엄한 광경을 선사했다.

능행차는 이날 서울구간을 종료하고 9일 오전 9시 금천구청에서 다시 출발해 안양 만안교, 안양역(안양행궁지), 의왕시(사근행궁지), 수원 지지대고개, 화성행궁을 거쳐 연무대에 도착하면서 마무리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전 정조 능행차 행사와 오후 세계불꽃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부 구간 교통통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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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방문의해 기념 2016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열린 8일 용산구와 노들섬을 잇는 배다리를 전통복장의 연기자들이 건너며 능행차를 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파주에서는 제29회 율곡문화제가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율곡을 알고, 파주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한 개막식에서는 '구도장원공' 율곡 선생 과거급제 행렬과 관찰사 부임 행렬을 재연하는 유가 행렬, 길놀이 행사, 조선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어사화를 하사하는 장면도 재현했다.

의정부에서는 제11회 부대찌개 축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9일까지 열리는 축제에는 첫날 부대찌개 300인분 시식 행사와 미8군 군악대 초청 공연이, 둘째 날 건강요리 경연대회, 어린이 마술 인형극,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가을 제철을 맞은 먹거리 행사도 가득했다.

충남 곳곳에서는 대하와 새우젓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축제가 잇따라 열렸다.

태안 안면읍 백사장항 일대에서는 자연산 대하를 즐길 수 있는 '제17회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가 개막했고, 홍성 광천읍 옹암리 일원에서는 특유의 감칠맛과 깊은 향을 지닌 토굴새우젓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광천토굴새우젓축제'가 열렸다.

부산에서는 기장 칠암항에서 제12회 기장붕장어 축제가 개막했다.

행사에서는 1천명분 붕장어 비빔밥 비비기와 무료 시식 행사, 붕장어 맨손 잡기, 전통낚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이박에 지난 6일 열흘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주말을 맞아 관객에게 다가가는 다채로운 야외무대 행사를 선보였다.

영화감독과 배우 등 제작진이 직접 관객과 대화하면서 출품작이나 자신들의 영화 인생을 소개하는 시간은 부산영화제의 백미다.

이날 첫 테이프는 오후 1시 톱스타 손예진이 끊었다.

충북 청원에서는 전국 최대 농·축산물 잔치인 '청원생명축제'가 이어졌고, '생거진천문화축제'가 열린 진천군 진천읍 백곡천 둔치는 평생학습 동아리·주민자치 발표회, 청소년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즐기려는 나들이객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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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립공원 설악산 장수대 부근의 단풍이 울긋불긋 곱게 물들고 있다. /연합뉴스

단풍이 아름다운 자태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초가을, 오전 일찍 가을비가 그친 강원지역 유명 산에는 단풍 구경에 나선 등산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휘운각 대피소와 한계령 정상 부근 등 해발 1천m 이상 고지에 단풍이 곱게 물들면서 오후 3시 현재 3만3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46년만에 개방된 국내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설악산 만경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등산객이 찾았다.

아직 정상 부근에만 단풍이 든 오대산 국립공원에는 1만2천여명 찾아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오대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단풍이 아직 정상 부근에만 분포된 상태여서 방문객이 그다지 많진 않았다"며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는 내주 주말께 등산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가을비가 오후까지 이어진 중·남부지방의 유명 산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충북 속리산과 월악산 등 유명 국립공원은 오후가 돼서야 그친 비 때문에 비교적 한산했다.

가을 억새의 풍광이 절정에 달한 국립공원 무등산 정상도 이날 개방됐지만, 전날부터 내린 비와 짙게 낀 안개 탓에 등산을 포기한 시민들이 많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제18호 태풍 '차바'로 피해를 본 경남, 부산, 울산 등에서는 주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자체 공무원들과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