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철 하루 4시간도 못자
月 300시간에 年 1430만원
열악한 환경 교통사고 불러
인력운영 가이드라인 필요
경찰과 지자체가 교통단속을 강화하고 운전자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규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인일보와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는 '교통사고 최대발생 지자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7차례에 걸쳐 현장을 점검하고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시 광진구의 서울어린이대공원. 화성시 소재 한 공공기관의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A(49)씨는 이날 전세버스 운전석에 앉아 소풍을 온 유치원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표 참조
A씨는 이날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안양시 인덕원에서 화성시 동탄까지 출근버스를 운전한 뒤 오전 10시 과천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30명을 태우고 서울어린이대공원까지 왔다. 소풍이 끝난 유치원생을 과천으로 데려다 준 A씨는 다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퇴근버스를 운행해야만 한다.
하루 일을 끝낸 A씨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10시로, 하루 평균 16시간가량 운전대를 잡는 셈이다. A씨는 "통근버스 기사는 출·퇴근시간이 고정적이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관광(전세)버스 기사들은 9~10월 행락철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은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업무특성 탓에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 승객들이 관광하는 동안 틈틈이 휴식을 취할 뿐이다.
지난 2013년 통계청이 내놓은 '운수업조사보고'에 따르면 전세버스 종사자의 월 노동시간은 300시간에 달하지만, 급여는 연 1천430만원에 불과했다.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을 받는 구조로 인해 일감이 몰리는 봄·가을철 몇주 동안 매일 15시간씩 연속해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끊임 없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는 93건에 불과한 반면 도내 전세버스는 1만대당 287대로 사고율이 3배가량 높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해외국가는 전세버스 운전자의 최소운행시간을 11시간으로 제한하고, 휴식시간과 수면시간을 분리해 규정한다"며 "전세버스 졸음운전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선 충분한 인력 고용과 함께 인력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경인일보·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