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에 열린 '제3회 1m 1원 자선걷기대회'를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마련한 '사랑의 쌀'을 전달받게 되는 나종원 할아버지가 1평도 안되는 좁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한영호기자·hanyh@kyeongin.com
<수원의 마지막 빈민촌 새터마을 돕기 한마음>

'새터마을을 아십니까?'

인구 100만명을 넘는 경기도의 수부도시 수원의 한 구석에 '새터마을'이 있다. 전체 세대의 30% 이상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마을이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속칭 '안동네'라고 불리는 새터마을에 들어서자 서쪽방면에서 열차 굉음이 귀청을 때렸다. 기차가 지나간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비행기가 고막를 찢을듯한 소음을 내며 마을 하늘을 가로지렀다. 새터마을은 이렇게 경부선철도와 비행장으로 인해 마치 '고립된 섬'이다. 마을 안쪽의 사정은 더욱 열악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슬레이트 지붕'들도 쉽게 눈에 띄인다.

단칸방에 살고 있는 나종완(81)할아버지는 8년전 이곳에 왔다. 한달 수입은 10만원 안팎. 한국전쟁에서 다친 전력으로 국가유공자로서 받는 돈이다. 아들·딸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안된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은) 모두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며 “그나마 이 수입 마저도 없었으면 벌써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서 변변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할아버지지만 사망시 국가유공자 장례비 700만여원이 지원된다. 내내 어렵게 살다가 '죽고 나서야 영화를 누리는' 셈이다.

인근 박판순(82)할머니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할머니의 수입은 아들·딸 8명이 매달 몇만원씩 보내오는 돈이 전부다. 박 할머니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다. 할머니는 “병원비와 전기세, 물값을 내다보면 생활이 빠듯하다”며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는 것을 알면 자식들이 부끄러워 할까봐 걱정된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꺼렸다.

현재 새터마을에 살고 있는 650세대 가운데 60세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150여세대는 아예 혜택조차 못받는 차상위계층이다. 대부분 여기저기 개발사업에 밀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이곳으로 모여든 경우다. 새터마을에는 도시가스도 깔리지 않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정이 많다.

세류2동 3통장 장천열(37)씨는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서로 걱정해주며 돕고 산다”며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해가 되면 동네를 한바퀴 돌며 세배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장씨는 “원래 새터마을은 '새사람이 들어와 부자되어 나간다'라는 어원을 가진 마을”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동네에서 살며 힘을 얻은 후에 마을명의 어원처럼 모두가 부자되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록 지금은 버겁지만 내일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이 새터마을인 것이다.
한편 경인일보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삼성전자, 수원방송은 지난 5월 주최한 '제3회 1m 1원 자선걷기대회'를 통해 조성된 성금으로 오는 26일 새터마을 차상위계층세대 주민 230명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