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우리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다가 오히려 해경의 고속단정이 침몰한 가운데, 해경이 첨단무기를 갖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수십척씩 떼지어 다니는데다가 둔기와 흉기를 마구 휘두르며 해경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어선들을 제압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지급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해경이 정확한 무기 사용 원칙을 세우고, 필요시 적극적인 무기사용으로 우리 영해와 공권력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해경에 따르면 현재 해양경비에 투입돼 있는 1천500t급 이상 중대형 함정에는 20㎜ 및 40㎜ 발칸포가 함포로 장착돼 있다. 발칸포는 유사시 철선인 중국어선을 격침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불법 중국어선에 접근해 단속작전을 펼치는 고속단정에도 개인별·팀별로 다양한 무기가 지급된다.
고속단정 1척에는 해상특수기동대 9명이 승선하는데, 개인별로 K-5 권총과 실탄 10발이 지급된다. 기동대원들에게는 최근 중국 선원들의 흉기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 도검 공격에 버티고 바다에 떨어져도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부력 기능을 갖춘 방검복이 보급됐다.
아울러 각 팀에는 K1소총, 20mm 발사기 2대와 고무탄 36발, 단발 다목적 발사기 2대와 40mm 스펀지탄 20개, 전자충격총 2개, 최루탄 8발 등 다양한 무기와 장비가 지급되고 있다.
유사시 최루탄과 고무탄·스펀지탄 등으로 저항을 무력화 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는 권총과 소총 실탄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해경은 이러한 첨단 무기들을 갖고도 정작 현장에서 중국어선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고속단정 침몰 때도 중국어선이 단정을 들이받아 침몰까지 시켰지만, 이들을 체포하기 보다는 피해를 우려해 '전술상 철수'하는 길을 택했다. 중국어선들에게 '힘과 숫자로 밀어붙이면 이긴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해경이 이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현장에서 총기나 무기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경은 단정장 조동수 경위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소총과 권총, 다목적발사기를 공중에 발사하며 철수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경의 해상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에는 '선원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단속경찰을 공격하거나, 2명 이상이 집단으로 폭행하는 등 정황이 급박해 총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의 방위나 진압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인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처럼 중국어선들이 대형 철선으로 직접적인 공격을 해온 상황이라면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기를 사용해 진압할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무기사용은 해외 각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영해를 침범해 어장을 황폐화시키는 중국어선들에 대해 각국은 발포를 통한 격침까지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5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나투나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저인망 어선을 향해 발포한 뒤 어선과 선원 8명을 나포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앞서 3월 중국 저인망 어선이 경고를 묵살하고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하자 총격으로 선체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킨 바 있다.
/박상일·김민재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