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의료재단 이사장이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폭력배를 사주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해당 이사장은 병원 직원 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왕따)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직원과 폭력배 등 성인 남자 7명을 학교에 보내 가해 학생들을 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조승우 판사는 공동상해와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모 의료재산 이사장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2011년 5월 병원 여직원 B씨로부터 "고등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 등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며칠 뒤 병원 직원들을 모아놓고 점심을 먹으며 "B씨의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다른 괴롭힘도 당하고 있는데 다시 그러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혼내주고 교사들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학교를 뒤집어 놓고 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에 병원 직원 5명과 폭력배 2명 등 성인 7명은 같은 날 오후 해당 학교로 몰려갔다.

5명은 교문 인근에 대기했고, 경찰 관리대상 폭력배 등 2명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B씨 아들을 괴롭힌 학생 4명을 찾아 주먹으로 얼굴 등을때리고 교문 부근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교문에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두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린다"고 말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교사 2명이 달려와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교무실로 가서 얘기하자"고 하자, 이들은 교무실에서 욕설하며 행패를 부렸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한 교사를 업어치기로 바닥에 넘어뜨려 다치게 하기도 했다.

폭력배가 포함된 외부 사람들이 학교에 난입해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주먹을 휘둘렀는데도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었고 교육청에도 알렸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112 신고가 있었다거나 경찰관이 학교에 출동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에 제때 통보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2010년 12월 병원 직원에게 "의료재단 내 반대파 2명을 때려 중상을 입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2011년 1월 말 서울에 있는 한 호텔 야외 주차장에서 A씨가 지목한 인물을 마구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후 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행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2010년 하반기 경찰 관리대상 폭력배를 수행비서로 채용하고 나서, 수행비서에게 두 차례 폭행을 주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같은 폭력조직 후배를 불러 두 차례 청부폭력을 지시했고, 폭행사건에 가담한 일부 폭력배들은 의료재단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와 후배 폭력배는 폭력과 사기, 마약범죄 등 다수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판사는 "조직적·계획적으로 저지른 폭력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특히 폭력배를 동원해 교육현장에 들어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과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엄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부산지검 강력부(정종화 부장검사)는 검거한 폭력배에게서 "A 이사장 사주를 받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 올해 4월과 5월 A씨의 구속영장을 두차례나 청구했지만 법원은 연거푸 영장을 기각했다.

A씨 변호인은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부산 유력 법무법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