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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노트7 교환 및 환불이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이동통신 매장에서 고객이 교환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면서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을 끈다.

이달 초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때까지만 해도 4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 조처에 따라 9조원 달성은 어려워졌다.

◇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갤노트7, 총손실 '7조원+α' 추정

삼성전자는 14일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갤럭시노트7 판매 실기에 따른 기회 손실이 3조원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 등 결함이 나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팔렸을 경우를 가정해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추정한 이익 규모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2조원 중반, 내년 1분기에 약 1조원의 수익 기회를 잃어버린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추정 매출 규모나 판매 대수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IM(IT·모바일)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2천300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전작인 갤럭시노트5보다 갤럭시노트7이 훨씬 더 많이 팔렸을 것으로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4분기 IM 부문 전체의 영업이익이 올해 4분기 갤럭시노트7의 기회 손실로 인한 이익 규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5가 모두 1천만대가량 팔린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노트7은 그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로 입은 손실은 전체적으로 '7조원+α'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차 리콜에 따른 손실이 1조원 규모에 단종과 교환·환불에 나서면서 2조6천억원의 직접비용이 발생했고, 여기에 판매 실기에 따른 기회 손실이 3조원 중반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3분기에 정상적으로 판매됐을 경우 거뒀을 수익, 내년 2분기 판매 수익 등을 합치면 손실 규모는 최대 8조원 수준에 근접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 갤노트7 정상적으로 판매했다면 4분기 영업익 10조원 근접했을 듯

증권가에서는 12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 조처에 따른 직접비용을 모두 반영해 3분기 잠정실적을 정정 공시한 뒤 4분기 실적 전망을 수정해 내놨다.

이들 보고서를 보면 증권가는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7조∼8조2천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8조2천400만원의 수치를 제시했고, 신한금융투자는 가장 낮은 7조원을 써냈다.

대체적으로는 7조원대 중반 수준을 예상했다.

동부증권은 7조5천억원, IBK투자증권은 7조5천억원, 미래에셋증권은 7조8천700억원, 현대증권은 7조1천억원, NH투자증권은 7조1천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 손실, 이미지 타격에 따른 갤럭시 시리즈 판매 영향 등 여진이 있겠다면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율, 가격 흐름을 감안할 때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이라며 7조5천억원을 제시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갤럭시S8 출시 전까지 갤럭시S7의 수요 강도에 따라 IM 부문의 실적 개선 속도는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들에 비춰보면 갤럭시노트7이 정상적으로 팔렸을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2013년 3분기(10조1천600억원) 이후 최고의 실적이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은 삼성전자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밖에 올라본 적이 없는 고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에는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가 있었지만, 올해 출시된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은 이보다 훨씬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결국 제품의 품질 관리에 실패했고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날 이례적으로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 손실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환불·교환으로 발생한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은 손익변동이 생길 때 공시하도록 한 의무에 따른 것이지만 미실현 이익 추정치를 자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분기 실적 발표를 염두에 두고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의 충격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 공개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을 겨냥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조치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미리 시장에 알리면서 주주총회에서 나올 주주 친화정책 요구나 엘리엇 측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