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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에서 운영하는 광교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안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죽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광교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안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죽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피해 반려견 주인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 30분께 지인과 함께 데려온 생후 7개월, 13개월 된 비글 두 마리가 광교 반려견 놀이터에서 주변 7~8마리 강아지들과 놀던 도중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인근 동물병원으로 바로 옮겨 위세척 등 치료를 했으나 7개월 된 비글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13개월된 비글도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차리지 못할뿐더러 각막과 폐, 간 등 장기가 심하게 손상돼 살아도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담당 수의사의 소견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켰다.

피해 견주들은 당시 두 강아지한테서 심한 화학약품 냄새가 난 것을 미뤄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죽은 반려견을 치료한 동물병원도 위세척 시 두 강아지 모두 약간의 풀 이외는 특별한 물질이 나오지 않았고, 코와 입 주위에서 심한 화학약품 냄새가 났으며 장기가 크게 손상된 점을 미뤄 독극물 중독을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7개월된 비글이 거품을 물고 쓰러진 관리사무소 주변에는 염화칼슘 봉지와 쓰레기더미, 약품병으로 보이는 오래된 갈색병 1병도 방치돼 있었다.

특히 전날 수원시가 반려견 놀이터와 그 주변에서 예초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자 피해 견주들은 이 과정에서 사용된 제초제가 반려견 놀이터로 유입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도 예초 작업으로 베어진 풀이 반려견 놀이터와 인근에 흩날려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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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에서 운영하는 광교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안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죽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이에 대해 수원시는 예초 작업에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려견 놀이터 주변에서도 독극물로 의심될 만한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곧 겨울철이고 제초 시기가 아니어서 풀을 베는 예초 작업만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아지 두 마리가 독극물 중독으로 의심되는 돌연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원시는 4일간 반려견 놀이터를 그대로 운영해 애견인 동호인들로부터 안일한 대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원시는 쓰레기더미 등이 방치됐던 관리사무소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데 허술한 후속 조치를 취했다가 피해 견주들과 애견 동호회의 폐쇄 요구가 이어지자 뒤늦은 지난 15일 밤부터 반려견 놀이터 운영을 중단했다.

수원의 한 애견인 동호회 운영자는 "독극물이 주변에 남아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반려견 놀이터를 그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경찰은 시의 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인지 아니면 최근 발생하는 애견 혐오에 따른 범죄인지 사고 현장 조사와 관계자 등을 소환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황준성·김범수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