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집안을 책임져야 할 남쪽의 큰아들을 위해 소 팔고, 땅 팔아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북쪽에 내팽개쳐진 막내 딸을 위해서는 이따금 씩 등 뒤로 건네는 알사탕이 전부였다.
딸은 큰 오빠 몫을 나에게도 좀 나눠달라는 이야기조차 꺼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던 터라 "어딜 감히!"하는 아비의 호통 한 번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 왔다.
이제 연약하고 착한 막내딸도 아비를 향해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할 때다.
의정부시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 지자체의 공직자들은 수십 년 간 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한 수원과 성남, 용인 등 큰 오빠의 몫을 나눠 달라고 아비에게 덤벼들어야 한다.
기자가 수원에 근무할 당시 수원시청 공무원들은 걸핏하면 정부의 무능함을 일러바치면서 대놓고 기사화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리고 착하기만 한 막내딸은 아직도 아비가 무서운가 보다.
지역 개발과 연관된 정부를 향한 비판 기사를 취재할 때면 어김없이 이 지역 공직자들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바야흐로 때는 지방화시대다.
더 이상 아비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
39번국도 확장도, 미군공여지를 비롯한 국방부 소유의 토지 개발도,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용기를 갖고 외쳐야 한다.
이제 경기북부지역 공직자들은 가여운 막내딸의 굴레를 벗고 큰 오빠가 아비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추위를 아랑곳 않고 1인 시위에 나섰던 것처럼.
의정부시청 앞 잔디광장을 떠나 광화문과 세종시로 달려가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때다. 우는 자식에게 젖 한번 더 물리는 부모의 심기를 건드려야 한다.
/정재훈 지역사회부(의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