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반려견 놀이터 강아지 ‘의문사’
수원시 광교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지난 12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반려견 두 마리가 죽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17일 오후 반려견 놀이터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비글 2마리 독극물 중독증상
수원시 전날 예초작업 '의심'
동호회등 폐쇄요구 이어지자
뒤늦게 운영 중단 '안일대처'

수원시가 운영하는 광교 호수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에서 강아지 두마리가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 반려견 견주 김모(40)씨 등 2명은 17일 오전 수원남부경찰서에 광교 반려견 놀이터에서 비글 두 마리가 돌연사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 30분께 지인과 함께 데려온 생후 7개월, 13개월 된 비글 두 마리가 광교 반려견 놀이터에서 주변 7~8마리 강아지들과 놀던 도중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인근 동물병원으로 즉시 옮겨 위세척 등 치료를 했으나 7개월 된 비글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13개월된 비글도 각막·폐·간 등 장기가 심하게 손상돼 회복해도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담당 수의사의 소견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켰다.

피해 견주들은 당시 두 강아지한테서 심한 화학약품 냄새가 난 것으로 미뤄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죽은 반려견을 치료한 동물병원 수의사도 코와 입 주위에서 심한 화학약품 냄새가 난 점과 장기가 크게 손상된 점 등으로 미뤄 독극물 중독을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전날 수원시가 반려견 놀이터와 그 주변에서 예초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자 피해 견주들은 작업 도중 사용된 제초제가 반려견 놀이터로 유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7개월 된 비글이 거품을 물고 쓰러진 관리사무소 주변 등에는 베어진 풀과 염화칼슘 봉지, 쓰레기더미, 약품병으로 보이는 오래된 갈색병 등이 방치돼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원시는 독극물 중독 의심사건 이후에도 4일간 반려견 놀이터를 그대로 운영했다가 애견 동호인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자 지난 15일 오후 해당 놀이터를 폐쇄조치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예초작업에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려견 놀이터 주변에서도 독극물로 의심될 만한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수원시의 관리부실에 따른 사고인지 아니면 최근 발생하는 애견 혐오에 따른 범죄인지 사고현장 조사와 관계자 등을 소환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황준성·김범수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