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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 등의 증가로 한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난민 인정률은 1%대에 불과하는 등 난민심사 시스템과 난민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난민지원시민단체인 '피난처'에서 난민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태국서 무슬림간 종교갈등
불교 국가이유로 진위의심
6년째 불안과 좌절의 연속

법무부 '난민 인정률' 1.9%
올해 4190명중 겨우 24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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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7월 한국으로 난민을 신청한 4천190명 중 단 24명(0.57%)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종교적·정치적 갈등으로 본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난민들은 한국을 찾고 있지만, 이들에게 한국의 벽은 너무나 높다.

지난 2003년 84명에 불과했던 난민신청자는 지난해 5천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7천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법무부의 난민 인정률은 1.9%에 머무르고 있다. 경인일보는 국제적인 분쟁 증가로 한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난민의 실상과 폐쇄적인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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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입국한 뒤 난민을 신청한 아흐마드 압둘마이드(44·파키스탄계 태국인)씨는 지난 3월 자해를 시도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에게 빨리 발견돼 목숨은 건졌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과 좌절 속에 삶을 살고 있다.

난민신청이 계속 거부되면서 취업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등 기초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흐마드씨는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만 해도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태국에서 1%에 불과한 무슬림 소수 시아파 신자인 아흐마드씨는 지난 2011년 6월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무슬림 수니파 신도들로부터 총기 공격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받은 뒤 자신의 모국을 떠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와 자녀를 두고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건너왔지만, 법무부는 아흐마드씨에게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종교 인구의 94%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서 무슬림 간에 종교갈등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무부의 불인정 사유다.

아흐마드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담당 조사관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지만, "진술의 일관성이 없어 진위가 의심된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고 이의신청을 거쳐 소송까지 제기했는데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하게 됐다.

한 시민단체가 마련한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의 '난민 숙소'에서 한칸 방에 13명의 난민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아흐마드씨는 여전히 한국에 정착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에서 소수파인 콥트교(기독교의 한 분파)를 믿는다는 이유로 종교박해를 당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아미드 술리히만(44)씨. 그는 연이은 법무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난민인정이 불허됐더라도 신청 사유의 중대한 변경이 있다면 재신청할 수 있도록 한 난민법에 따라 불인정 사유 등을 재검토해 다시 신청하겠다고 했다.

술리히만씨는 "한국 정부는 내가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나는 직장과 가족까지 버리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분명한 난민이다. 이를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황준성·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