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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경찰을 살해한 용의자 성모씨를 검거하고 있다. 성씨는 검거 당시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 /독자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19일 밤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사전에 경찰과의 충돌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제 총기와 흉기를 다수 준비한 것은 물론, 방탄복까지 입고 있어 경찰의 총격에 복부를 맞고도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범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등 경찰 공격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이 일반인에게 사제 총기를 쏘고 폭행하는 과정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총격전에 대비하지 못해 화를 자초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30분께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입구 부근에서 성모(46) 씨가 여러 발의 사제총기를 발사, 이중 한 발이 성씨 체포를 위해 접근하던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에게 맞았다.

김 경위는 총알에 왼쪽 어깨 뒷부분에 박혔고, 현장에서 쓰러져 구급차로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총알이 폐를 훼손해 오후 7시 40분께 숨을 거뒀다.

성씨는 이에 앞서 강북경찰서 인근 부동산 업소 밖에서 부동산업자 이모(67) 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이 씨에게 사제총기를 발사했다. 성씨는 이 씨와 평소 자주 말다툼을 했던 사이였다.

다행이 총알이 빚나가면서 이 씨는 도망가기 시작했고, 성씨는 이 씨를 뒤쫒아가 붙잡아 쓰러뜨리고는 준비해간 둔기로 이씨의 머리를 때렸다.

이런 과정에서 총소리와 폭행 장면을 본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강북구 번동 길에서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를 여러건 했다. 신고 시간은 오후 6시 20분께 였다.

이어 경찰에 성씨의 전자발찌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보호관찰소 시스템을 통해 접수됐고, 번동파출소에서 김 경위 등 경찰들이 출동해 오후 6시 30분께 오패산터널 인근에 도착했다. 성씨는 이씨를 폭행한 후 부동산 업소 앞에 놓아뒀던 가방을 챙겨 오패산터널 입구 근처 숲으로 달아난 후였다.

풀숲에 숨어있던 성씨는 김 경위 등이 접근해 오자 갑자기 사제총기를 여러 발 발사했다. 김 경위 등은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성씨가 난사한 총에 피해를 입고 말았다. 김 경위가 입고 있던 외근용 조끼는 성씨가 쏜 사제총기의 총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성씨가 총을 난사하고 김 경위가 총탄에 맞은 뒤에야 경찰은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 사이 경찰과 함께 접근했던 인근 신발가게 직원과 주인 등이 성씨를 덥쳐 성씨를 제압했다.

경찰에 검거된 성씨는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이 대치 과정에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해 이 중 한 발이 성씨의 복부에 맞았지만, 방탄복 때문에 심한 총상을 입지 않았다. 경찰의 총알은 성씨의 복부 지방층에 박힌 것으로 확인됐다. 성씨는 또 한 발을 왼쪽 손목 부위에 맞아 관통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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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체포된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의 범인 성모씨가 갖고 있던 사제총기를 경찰이 압수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경찰은 성씨를 검거한 직후 인근을 수색해 성씨가 만든 사제총기 16정과 칼 7개, 폭발물을 채운 것으로 보이는 요구르트병 등을 찾아냈다. 나중에 사제총기 1정을 숲에서 더 찾아내 성씨가 휴대한 사제총기만 총 17정이 압수됐다. 총기는 성씨가 인터넷 등을 보고 만든 것으로 추정돼, 미리 이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증명했다.

성씨는 또한 이번 사건을 벌이기에 앞서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과 충돌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성씨는 페이스북에 "앞으로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등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성씨는 이같은 적개심의 이유를 길게 적었는데, "경찰이 살인 누명을 씌우려 한다" 등 과대망상 증세가 엿보이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글에 앞서서도 며칠에 걸쳐 경찰에 대한 적개심과 '누명' 등을 표현한 글을 여러건 올렸으며, "내 전 재산은 9천493원이다. 40대 중반에 실업자에 가난뱅이, 거기다 국민왕따. 이 정도면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등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성씨를 밤샘 조사하며 범행 동기와 사제 총기 제작 과정, 범행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20일 오후까지 성씨를 조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 출동에 앞서 성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씨는 머리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성씨가 쏜 사제총탄에 주변에 있던 또다른 이모(71)씨가 복부에 총상을 입어 탄환 제거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