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한 지 14년 된 경기도 하남 미사리 경정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전 후보지로는 인천 영종도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추진 과정이 주목된다.

25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하남시 신장동에 있는 '미사리 경정공원'(주경기장·워밍업장·녹지 포함 132만9천933㎡)을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정장 이전은 경정사업 활성화와 주변 미사지구 개발에 따른 여건 변화 때문이다.

공단은 1988년 올림픽 조정경기장 일부를 활용해 2002년 6월 18일 경정장을 개장했다. 매주 수·목요일 주간에 하루 16회 연간 80∼90여일 경주를 진행한다.

그러나 입장 인원과 매출액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체육기금 조성이라는 사업 목적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단 관계자는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국제대회, 스포츠 인프라 등에 사용하는 데 기금 조성 비중이 작아지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며 "야간 개장 없이 지금처럼 주간(마지막 경주 오후 5시 55분)에만 운영해선 현상 유지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주간 반쪽개장에 매출 감소…끊이지 않은 민원

지점을 제외한 미사리 경정 본장 입장객은 2011년 27만1천942명(86일 영업), 2015년 28만8천368명(91일 영업)으로 하루 3천100명선에 머물러 있다.

경정 매출액도 2011년 7천347억원에서 2013년 6천922억원, 2015년 6천729억원을 조금씩 줄고 있다.

레저세, 교육세, 농어촌 특별세 등 세금을 제외한 수익금도 2011년 210억원에서 2014년 69억원으로 줄었다. 2015년 수익금이 183억원으로 회복됐지만, 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대폭 감축하는 고육책으로 얻은 반짝 실적이라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단은 직장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개장 이후 줄곧 야간 개장을 검토해왔으나 민원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경정장은 개장 초기부터 인근 주민에게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소음원(경정보트) 사용금지 처분에 맞서 하남시와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하남시를 상대로 소음원사용금지처분 취소 소송 끝에 '소음도가 기준치 이하'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 영업정지 위기를 모면했다.

최근까지도 소음 민원이 이어져 지난 13일 하남시가 부지 경계선에서 소음도를 측정해 최고 52.3㏈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법정 주간 기준치(55㏈ 이하)를 충족했으나 언제든 민원이 재발할 가능성이 큰 수준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2014년 경정장에 경륜 장외발매소를 개장하려다가 지역사회 반발로 취소한 적도 있다.

미사지구(미사강변도시) 개발에 따른 주변 환경 변화도 선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경정장이 주택지구와는 미사대로를 사이에 두고 500ｍ 정도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2014년 6월 첫 입주를 시작한 미사지구에 3만7천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영종도 급부상…하남시 세수 결손 대책은

이런 여건에서 최근 인천시가 이전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40만㎡ 규모의 영종도 경정훈련장을 활용하는 구상을 놓고 인천시와 실무 협의 중이다.

기존 수상 시설에다 경정장 입장객을 위한 관람석을 보강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수상레저시설을 갖추면 체육진흥기금 조성 목적의 스포츠 경정과 국민 여가시설 확충에 기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인천시도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과 연계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인천시와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이 없다"며 "수백억 원 예산이 들어가고 문화체육관광부 협의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심사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기에 속단은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하남시에서도 이전에 따른 손익 계산과 이전지 활용 방안을 검토해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남시는 경정장 운영 관련, 도세(레저세) 징수교부금과 특별조정금으로 매년 100억원 안팎을 경기도를 통해 받는다. 이는 하남시 가용예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신세계 스타필드 개장에 따라 연간 400억원 정도의 새로운 세원이 생겨 경정장 세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승용 하남시의원은 "시장 공석(직무정지로 부시장 권한대행) 상태에서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게 경정장 이전이 하남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전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등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대안과 로드맵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