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국민의 함성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비선 실세 최순실 돌연 자진귀국
檢 연이틀 압수수색 시도 靑 거부
여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
야권 "최씨 즉각 체포·내각 사퇴"
전국 각지 주말 촛불집회 잇따라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씨가 30일 오전 영국에서 전격 귀국함에 따라 정치권은 거국내각 구성과 최씨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등 정국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전날에 이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했으며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병행하면서 청와대 국정농단 사태를 둘러싼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에 들어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국불안에 대한 조기수습에 나섰다. 성난 민심은 거리로 나서 촛불집회를 열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또 최순실씨를 긴급체포, 엄벌하고 관련된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한 대폭 쇄신을 재차 촉구했다. 당은 이같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지도부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기로 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더 나아가 대통령 퇴진과 하야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진보진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의 엄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인천·의정부 등 전국 각지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과 하야, 최순실게이트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 등 청와대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국내각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최씨를 즉각 체포하고 별도 특검도입 등을 통해 진상규명에 집중하겠다고 중지를 모으고 있다.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황교안 총리를 비롯한 최순실표 허수아비 부역 내각은 즉각 사퇴하고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을 항의방문, 최순실씨 즉각 체포 등 강도높은 수사를 요구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가 오늘 오전 7시 30분께 브리티시에어웨이스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자진 귀국했다"고 밝히고 수사의 속도를 내고 있다. 최씨가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확대일로에 있던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한 지 57일 만이다.

최씨는 귀국 직후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대표변호사를 통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국민께 사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은 "오늘은 최씨를 소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혀 최씨는 이르면 31일, 늦어도 내달 초에는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설립 및 기금유용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청와대문건 유출 등 의혹 전반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강제 진입하지 않고 연무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받는 형식으로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의종·송수은·황성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