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7일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른 자진사퇴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왜 자진사퇴를 하느냐"며 '사퇴불가론'을 고수했던 것과 달리 다소 입장의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동설한에 작은 화로라도 한 번 돼 볼까 하는 심정이다. 그렇지만 성능 좋은 난로가 나오면 화로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엄동설한에 작은 손난로라도 되고 싶지만, 추위가 점점 강해진다. 크고 좋은 난로가 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미 자진사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국회 간 협의로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을 스스로 언급한 점이나 직접적인 표현 대신 '난로' 등을 거론하며 시종일관 비유적 표현을 활용한 부분 등을 보면 자진사퇴를 고려 중인 자신의 복잡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총리지명 이후 자신을 포함해 청와대와 여권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데다, 지난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 등을 통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더욱 거세지는 등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나 스스로 물러날 수는 없다. 작은 난로라도 돼서 어지러운 국정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의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는 입장을 취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