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01000737000036451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은 농민들에게는 생일날이어야 하지만 요즘 가장 우울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농업인의 날'이 김영란 법에 멍들고 빼빼로 데이에 치여 농심에 오히려 상처만 입히고 있다.

1년간의 고생 끝에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때이지만 유독 큰일(?)이 많았던 올해 지역 농업계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아 있다.

지난 9일 열린 '제21회 경기도 농업인의 날' 기념식은 올해 쌀값 하락에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무거운 마음이 반영된 듯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생산량 증가로 곳간은 넘쳐나는데 정부의 쌀 수급 안정대책은 미흡한 상태에서 올해 햅쌀 가격(80㎏ 기준)이 12만9천원까지 하락하고, 묵은 쌀을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농업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축산업계 또한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우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육은 증가하는 대신 소득감소와 고급육 시장 상실이란 부작용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법 시행 직전 ㎏당 1만9천189원이었던 한우 도매가격이 지난달 말 1만5천496원으로 20% 가까이 하락했다. 한달새 한우값도 150만원 넘게 떨어지면서 축산농가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아 고사직전에 빠져 생존을 위협당하는 화훼업계에 종사하는 농가들엔 이 같은 기념일이 아예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A화훼농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반토막나는 등 화훼농가들 사이에는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위기감이 팽배한데 농업인의 날이 안중에나 있겠냐"는 볼멘 소리를 냈다.

용인축협 관계자 역시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소들이 법 시행 이후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올해가 축산농가들에겐 가장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