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묘지를 보며 아침을 맞이하게 생겼습니다."

내년 2월 광교신도시 e편한세상 테라스 B3 BL에 입주 예정인 A(52) 씨는 최근 입주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뒤편 창문을 열면 분묘 2기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A 씨뿐만 아니라 입주예정자들과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까지 혐오성 등을 이유로 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도시공사와 수원시는 분묘이전 대집행 권한까지 받았는데도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가 꿈꾸던 도시' 등의 별칭까지 얻으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광교신도시 임에도 '혐오스럽다'며 입주까지 재고케 하고 있는 것은 솔내공원과 성죽공원의 안동김씨 문중의 분묘. 신도시가 조성되기 전 이 지역에는 안동김씨 문중의 분묘 150여 기가 있었다.

지난 2007년 100억원 규모의 보상이 이뤄진 뒤 대부분 이장됐고 현재 9기만 존치돼 있다. 도시공사는 나머지 9기도 이전하도록 협의를 진행했으나 종중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상정, 지난 2012년 3월 수용 재결을 받아냈다.

이후 도시공사는 이전보상비를 수원지방법원에 공탁(2012년 5월)했고 이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지니게 됐지만, 수원시와의 협의가 불발되면서 5년째 방치하고 있다.

도시공사 측은 "솔내공원과 성죽공원을 수원시에 인수인계해 대집행 권한 또한 수원시에 있다"며 "재결을 받은 것은 도시공사가 맞지만, 이전보상비 공탁 등 할 수 있는 절차는 모두 마친 상태로 수원시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수원시는 재결 전에 이미 향토문화재로 지정했기 때문에 강제수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이 나기 전에 향토유적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해결책을 딱하니 제시하기도 어려워 광교신도시의 고질적인 장기 민원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종중 측에서 무단으로 설치한 비석에 대해서는 계고 등 철거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분묘 전체에 대한 협의는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