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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2일 사상 최대인 100만명(주최측 추산)이 운집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종료됐다.

자정께 내자동 로터리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간헐적인 충돌이 발생한 점만 빼면 집회는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시청광장, 광화문광장, 율곡로 등에 모여든 시민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며 청와대를 향해 한목소리를 냈지만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 다른 참가자들이 '평화 집회'를 외치며 자제시켰다. 경찰도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집회를 유도했다.

가족이나 연인, 중고생 등 일반 시민이 대거 참가한 이번 집회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쓰레기를 주워 한편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모으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도 손수 긁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율곡로 차 벽 앞에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지만, 구급차가 지나갈 때만큼은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비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상 인근에는 끼니를 거른 이들을 위해 어묵탕을 무료 배식하는 시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자는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으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집회는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2주 전부터 주말마다 대규모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평화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가 평화집회로 정착되면서 시민의식도 함께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민 다수의 바람은 대통령의 자발적인 퇴진"이라며 "여기에 폭력적 수단은 오히려 현재 상황을 잘못 이끌 수 있다는 염려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평화집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02년 효순이·미선이 추모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쳐 역사가 10년을 넘기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권력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평화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시민의식이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