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자취하는 김모(26·여)씨는 며칠 전 집 근처 배달음식점에서 "요즘 음식을 시켜먹지 않는데 이사 갔느냐"는 확인전화를 받았다.
주소와 이름 등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느냐는 질문에 음식점 주인은 "한 번이라도 이용한 고객의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배달음식점도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저장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일일이 삭제 요청을 해야만 했다.
김씨는 "혼자 살고 있어 불안한데 모르는 사람이 전화번호와 주소, 이름을 알아 깜짝 놀랐다"며 "배달 후에는 당연히 정보를 삭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1일 전화 주문을 한 음식점에서 자신의 이름 및 전화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을 알게 된 이모(30·수원)씨는 음식점 주인에게 개인정보 삭제 및 파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언쟁을 벌였다. 이씨가 개인정보 무단 수집으로 신고하겠다고 한 뒤에야 식당 주인은 욕설까지 내뱉은 뒤 겨우 삭제해 주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배달 음식점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전화번호 및 주소 등 개인정보 수집을 하는 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는 등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배달 음식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배달 음식점에서 컴퓨터와 연결된 발신자표시 단말기(전화기)를 사용하면서 고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저장해 활용하고 있다.
업주가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이름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발신자표시 단말기에 자동으로 저장되면서 추후 주문 시 걸려온 전화번호에 대한 고객의 개인정보가 함께 표시돼 이를 활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음식점 주인들은 빠른 주문과 배달 등 영업 편의를 위해 스스럼없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상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은 불법이다. 저장하고 활용할 경우 모두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들은 고객의 정보수집이 법 위반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또 이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거래하더라도 파악조차 안돼 적발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배달 음식점 특성상 주문 당시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고 있어야겠지만, 주문 후 배달 완료 시에는 바로 삭제하고 파기해야 한다"며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고객정보, 쿠폰처럼 모으는 배달 음식점
빠른 주문·편의 이유 '동의없이' 주소·연락처 수집
사업주 태반 불법 인식 못해… 거래시 파악 어려워
입력 2016-11-13 21:18
수정 2016-11-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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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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