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주둔비 100%부담 등 주장 '격랑 예고'
'정치인 불변·최순실 자괴감' 이래선 美와 상대 못해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 인파를 보고서 2명의 '트 대통령'과 한반도의 처지가 자꾸 겹쳐졌다. 트루먼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있을 때 우리는 근현대 최대의 격변기를 보냈다. 해방과 동시에 미 군정 치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분단이 됐고, 6·25 전쟁이 터졌다. 그 전쟁은 트루먼이 국무장관으로 앉힌 애치슨이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라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게 주요 동인이 되었다. 북한 김일성과 소련의 스탈린에게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다. 트루먼 때 미군은 2번의 인천상륙작전을 펼쳤다. 우리가 다 아는 1950년 9월 15일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45년 9월 8일에 있었다. 이때 미군 사령부는 일본 도쿄에 있었다. 해방군으로 상륙하는 그 미군을 환영하기 위해 수 많은 인천시민들이 인천항 부두에 몰려갔다. 그런데 당시 질서유지를 일본 경찰이 맡았고, 그 일경이 쏜 총에 맞아 여러 시민이 죽거나 다쳤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
이렇듯 첫 번째 '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했다. 전쟁의 빌미를 주기도 했고, 또한 부산만 남은 공산화의 위기에서 다시 분단의 원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당시 세계 2차대전 승리의 주역인 미국의 위세에 눌려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서로 갈라져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런 탓에 친일문제 해결도, 남북문제 처리도 시원하게 하지를 못했다.
이번에 당선된 '트 대통령'은 역대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울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군 주둔비용도 100% 부담하라는 얘기도 했었다. 미국이 그동안 일본과 한반도 방어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미국 본토가 전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군이 한반도에까지 전개하는 것은 한국의 방어가 곧 미국의 방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순망치한을 막자는 의도다. 트럼프는 힘을 내세워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자기주장만 펼칠 수도 있다. 이런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가 야단이다. 한반도 역시 첫 번째 '트 대통령' 때처럼 격랑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엊그제 서울의 밤을 환하게 밝힌 100만의 촛불은 우리 국민의 수준이 7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사람들은 요즘 최순실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로 하루를 맺는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국민들은 집단적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트럼프의 미국과 상대할 수가 없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