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이 불거진 이후 잔뜩 몸을 낮춰왔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정면돌파 모드로 선회하자 잠룡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 비박계와 맞서는 형국이 장기화되고 있다. 외유중인 남 지사는 중대 결심론을 내놓기도 해 향후 당내 기류는 한지붕 두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불은 이정현 대표가 질렀다. 이 대표는 비주류의 요구를 수용해 사퇴 일자를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지도부 흔들기가 계속되자, 주류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판단 아래 비주류의 집단행동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더는 피하지만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가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질서있는 퇴진론'에 대해 불가입장을 밝히고 박 대통령의 하야나 퇴진 가능성을 차단한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홍문종(의정부갑)·이우현(용인갑) 의원도 "그동안 침묵했지만 이제 비주류의 집단행동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핵심 주류인 최경환 의원도 "지도부가 아무런 대안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현 지도부가 당 위기수습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그러나 비주류측은 이날 이 대표 주재로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를 보이콧했다.

개인일정·해외출장 등으로 불가피하게 불참한 중진들도 몇몇 있었지만 현 지도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비주류측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주류측은 대신 외곽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상대로 총사퇴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나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원외 당협위원장 5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대표가 당의 대권주자들을 일거에 하찮은 존재로 깎아내리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당 대표가 당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출장 중인 남경필 지사는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해체 후 재창당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한때 남 지사의 탈당설이 당내에 나도는 등 술렁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