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실세들 스포츠판 뒤흔들어 텅 빈 곳간
중국, '축구 굴기' 앞세워 亞축구계 점령계획 세워
승부조작·대기업 지원 감소 등 '혼돈의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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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체육부장
과거 1970~80년대 축구만큼 국민에게 희망을 준 스포츠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한·일전이 열린 날이면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라디오에 의존하면서 현지 아나운서의 중계 소리를 들었다. 당시 한 아나운서는 생중계 도중 "슛~~~고 올~노골"이라는 말로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승리는 가난에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청량제 같았다.

이런 한국 축구가 요즘 아시아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2018 러시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우리이기에 더욱 힘이 빠진다. 한국 축구는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는 처지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카타르·시리아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홈앤드어웨이로 치러지는 최종예선은 총 10경기다. 이 가운데 5경기를 치러 3승1무1패로 이란(3승2무)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위기의 한국 축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다. 슈틸리케호는 2차 예선에서 8연승과 더불어 27골, 무실점으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선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차전부터 한 수 아래인 중국에 3-2 진땀승을 거두더니 시리아와 2차전에선 비겨 '이변'의 희생양까지 됐다. 카타르와 3차전에서도 3-2로 신승했지만, 이란과 4차전에선 0-1로 져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조 2위를 확보, '생명연장'에 성공했지만 갈 길은 멀다. 앞으로 남은 5경기는 4개월 뒤인 내년 3월부터 재개된다. 남은 기간 축구 대표팀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절실하다.

한국 축구는 당면 과제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꼽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 온 나라를 들썩이는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스포츠판을 뒤흔들어 국내 스포츠계의 곳간은 텅 빈 상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대기업들은 정작 국내 스포츠계에 투자를 줄였고, 프로축구도 영향을 받았다.

이런 사이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그간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를 점령해 온 축구계 판도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축구 굴기(축구로 우뚝 선다)'를 앞세워 2020년 아시아 챔피언에 이어 2050년에는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구단을 직접 인수하거나 스타 선수들을 앞다퉈 영입했다. 브라질 대표 공격수 헐크를 710억원에, 알렉스 테세이라는 660억원, 하미레스는 330억원을 들여 중국으로 데려왔다. 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 인터 밀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애스턴 빌라, 울버햄튼 등 굵직한 클럽 축구팀도 인수했다. 1부 구단 대부분이 국내 K리그 우승팀 운영비에 10배에 달하는 3천억원을 사용할 정도니 입이 벌어진다. 또 축구를 할 수 있는 경기장만 전국에 7만개를 건설하고, 축구학교도 2020년까지 전국에 2만곳을 설립해 축구 선수 5천만명을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어떤가. 구단과 선수들의 승부조작이 이어졌고, 대기업은 권력에 밀려 운영비를 줄였으며 시민구단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입으로 사령탑을 바꿨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를 더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신창윤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