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퇴진 압력을 받는 박 대통령이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지난 10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이후 8일 만이며, '100만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복귀는 최근 사흘간 단계적으로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외교부 2차관을 내정하고 김현웅 법무장관에게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17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내정해 이틀 연속 차관 인사를 단행하고, 12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외교부를 통해 밝힘으로써 외교·안보 일선 복귀를 예고했다.
최근 이뤄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가서명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협상 타결 등의 실무 작업에도 기존의 안보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재개 작업의 화룡점정은 내주 국무회의를 주재할 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오는 22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신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날 늦게 귀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책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국무회의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고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주말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물러나라는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어서 전면적인 국정 주도권 행사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 재개를 이번 사태를 덮기 위한 '물타기', '꼼수'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주 연속 5%에 그친 것도 장애요소다.
특히 검찰이 오는 20일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한꺼번에 기소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정도로 담기느냐가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비밀누설의 공범으로 적시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어, 촛불집회 규모와 함께 내주 초 박 대통령의 정국 운용에 커다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회의를 주재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최소화하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식으로 평소와 다르게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자신의 연루 의혹을 반박하거나 해명할 가능성도 있다.
한 참모는 "평소처럼 지시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로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고 검찰 수사와 특검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도 밝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 이후 최측근 3인방과 안 전 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정리한 것을 계기로 새 참모진과 적극 소통하면서 달라진 국정 운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청와대 본관과 관저에서 업무를 보면서 주로 전화와 서면으로 협의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약 3주 전부터는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 집무실에서 온종일 집무를 보면서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수시로 참모들과 내부회의를 하고 있다.
다른 참모는 "이제는 참모, 국무위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낮은 자세로 국정을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