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의 29주기 추모식이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족 및 5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묘소를 참배했다. 매년 행사에 참석해 부친의 창업정신을 되새겼던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검찰수사가 삼성그룹 수뇌부에 집중되고 있어 이날 추모식이 뉴스의 초점이었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기업들 중 유독 삼성만 본사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밤샘조사를 받은데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은 벌써 두 차례나 소환되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은 물론 18일에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지원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의 204억원 출연 외에 별도로 50여억원의 현금을 최순실 일가에 건넨 것이다. 지난해 9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업체인 비덱스포츠에 여러 차례 나누어 35억원을 건넸는데 최씨는 이 돈을 독일에서 호텔과 말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단다. 삼성은 또 다른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빙상스포츠영재센터에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16억원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까지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씨 일가에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을 의심했다.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백기사 역할을 함으로써 자산총액 340조원의 삼성그룹 세습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최씨 일가에 돈을 건넨 시점이 공교롭게 삼성의 합병작업 이후부터다. 삼성은 합병으로 약 8조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국민들의 노후 보루인 국민연금은 5천9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삼성이 최순실을 매수해 대통령을 농락한 게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이라 언급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훈인 정치권과의 '불가근불가원'이 무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