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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왼쪽)가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NAVER CONNECT) 2017'에 등장하고 있다. 뒤로 김상헌 대표가 인사하며 물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네이버 김상헌 대표(53)가 넥타이 없는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왔다.

"지난 8년 대표로 재직하며 저도 성장하고 회사도 컸습니다. 차기 CEO를 맡아줄 내정자를 소개하는 것을 제 업무의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이어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49)이 무대로 올라왔다.

세 번의 임기를 거치며 네이버의 '성장판' 역할을 해낸 김상헌 대표의 뒤를 이어 국내 1위 포털을 이끌 새 주인공의 등장이다.

한 부사장은 내년 3월부터 공식 임기를 수행하게 되지만 사실상 이날 네이버의 '커넥트 2017' 행사가 사실상 신임 CEO로 바통을 이어받는 자리였다.

김상헌 대표는 잔여 임기 동안 업무를 인수인계하며 후임자가 연착륙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통상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임기 며칠 전 교체를 통보받는 관행과는 다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추구하는 네이버가 대표이사 교체에서 먼저 서구기업들의 방식을 받아들인 모습이다.

퇴임하는 김 대표는 안정적 리더십으로 IT(정보기술) 대기업으로서 네이버의 기틀을 다진데다, PC에서 모바일로 온라인의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격변기에도 최대 포털의 위상을 지켰다.

따라서 이날 신구 대표이사의 동시 등장은 김 대표의 그동안 성과를 치하하고 후임자의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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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NAVER CONNECT)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부사장이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해 서비스1본부장 등 중책을 밟으며 올라온 사실상 '내부 인사'라 분위기가 더 훈훈했다.

그는 김 대표를 보필해 '네이버 페이' '네이버 블로그' 'V 라이브' 등 주요 서비스를 챙기던 회사의 '안주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사장은 앞으로 메신저 '라인' 등의 성공으로 글로벌 IT 회사로 탈바꿈한 네이버를 '재도약'시키는 중책을 맡았다.

한 부사장의 경영 화두는 '기술 플랫폼(서비스 공간)'이다. 인공지능(AI)과 음성비서 등 최신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중적 도구로 탈바꿈시켜 소상공인과 창작자 등 '네이버 생태계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영문학도 출신인 한 부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사실 네이버의 기술 인력은 전체의 60%가 넘는다. 기술 플랫폼을 표방하는 회사에 하필 천생 문과인 내가 대표가 된다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이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첨단기술을 손에 쥘 수 있는 도구로 만들려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기술·서비스를 다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면에서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또 다른 얼굴이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내년 3월 동반 퇴진한다. 김 대표는 네이버 고문직을 맡고 이 의장은 네이버의 유럽 벤처 투자를 챙기며 새 국외 진출의 청사진을 짜는 일에 몰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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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네이버 대표(왼쪽),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NAVER CONNECT) 2017'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이 의장과 논의했지만 결국 우리의 임무는 한성숙 CEO(최고경영책임자)를 성공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성숙 CEO가 홀로 외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조언만 하겠지만 잘해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웃었다.

그는 "내 최대 업적은 네이버 내부에 최고의 인재가 모여 (한 부사장처럼) 사람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한 부사장 밑의 구성원들도 한 단계씩 사내에서 올라서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와 한 부사장은 개발자 중심의 IT업계에서 다소 '튀는' 배경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조인 출신인 김 대표는 판사와 대기업 임원 생활을 했고, 한 부사장은 IT 전문지에서 기자로 일하며 인문학과 엔지니어적 소양을 고루 갖췄다.

한 부사장은 "(내년 취임 이후) 김 대표처럼 잘 되어서 나중에 기분 좋게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