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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국립고궁박물관을 지나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26일 제5차 촛불집회 본행사에 앞서 청와대를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를 연출했다. 법원은 청와대에서 불과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신교동 교차로(청운동 주민센터)까지 시민들 행진을 허용했다.

1천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 본행사를 열었다. 앞서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 교차로 등 청와대 인근을 지나는 3개 경로를 행진하는 사전행사를 가졌다. 특히 법원은 이날 처음으로 오후 5시 30분까지 청와대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신교동 교차로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청와대 코앞인 신교동 교차로에는 오후 3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부터 시민들이 몰려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 행진대열이 합류하지 않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온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 참가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전남 나주에서 올라온 김나정(18) 양은 "수능 막바지 '정유라 대입 특혜 의혹' 등을 접하면서 수험생으로서 분하고 답답한 마음뿐 이었다"며 "청와대 인근까지 온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의 꿈을 짓밟지 말라'는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포토]청와대 포위 행진 '인간띠 잇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오후 4시 민주노총 등 주최 측 행진 행렬이 합류하자 신교동 교차로 집회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다. 신교동 교차로를 비롯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등을 행진 행렬이 가득 메우면서 청와대를 동·남·서쪽 방향으로 포위하는 형국이 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인간 띠 잇기'에 참여한 시민만도 35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경찰은 순간 최대 인원 11만명으로 집계했다. 

청와대를 포위한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율동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이른바 '함성 파도타기' 등도 이어졌다. 최근 청와대의 '의약품 구매목록 논란' 등 추가 의혹이 잇따르자, '청와대를 비우그라', '하야하그라' 등 문구가 등장하는 등 시민들의 패러디와 풍자는 더욱 다양해지고 수위도 높아졌다.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행된 자유발언에서는 청소년, 노동자, 가정주부, 대학교수,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자신을 헌법학자라고 소개한 한 대학교수는 자유발언에서 "개헌을 추진한다면 반드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포위 행진'은 오후 5시 30분 이후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본행사 참가를 위해 빠져나가면서 마무리됐다. 상당수 인파가 빠져나간 뒤에도 일부 참가자들이 남아 시위를 계속했고, 경찰은 여러 차례 해산명령을 했다. 경찰과 일부 참가자의 대치 상황은 오후 7시께 끝났다. 

한편, 광화문 주변의 집회 참가자는 본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본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늘어났다. 광화문 광장 주변 지하철역 등으로 참가자가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본 행사 이후인 오후 9시40분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150만명을 기록했고, 경찰은 오후 7시40분 기준 27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