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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집회 참가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26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촛불의 물결이 광화문 광장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조재현기자

차가운 눈발이 흩날렸지만, 촛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26일 전국에서 열린 주말 촛불집회는 청와대 포위 행진 허용과 전농연의 트랙터 상경 등으로 정부와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지만 지난 집회보다 훨씬 평화적이고 해학이 넘쳐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오후 8시 기준 13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이 참여했다. 눈까지 내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가족단위 시위대와 중장년층의 참여가 도드라졌다.

집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청와대를 포위하는 사전 행진으로 시작됐다. 법원이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신교통 교차로 앞까지 거리 행진을 허용하면서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청운동 일대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등으로 행진했지만, 경찰와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사전 행진에는 대학불교조계종 등 종교계와 416가족협의회, 대학생 총연합회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세월호를 상징하는 '세월호 고래'가 지나가는 시위대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측이 세워둔 차 벽에 꽃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 등을 부착하며 평화 집회 의미를 강조했다. 주최 측은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촛불을 활용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구속'을 외치며 촛불 파도타기 등의 행위를 연출했고 '우리가 주인이다'가 적힌 큰 현수막을 머리 위에서 함께 떠 받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 중간수사결과와 청와대의 입장이 뒤바뀌는 등 한주 사이 여러가지 사안이 언론을 통해 터지며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도 한층 다양해졌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에 소속된 청소년들은 국정교과서 철폐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비아그라와 각종 주사제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각 지역 약사회의 참여도 줄을 이었고 부천시 약사회에 소속된 20여 명의 약사는 이날 집회에 참여해 '하야하그라'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경인포토]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5차 민중총궐기대회 청와대 인간띠 잇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또 지난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체결되면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도 집회에 동참해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시점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재추진을 강행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집회에선 경찰이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는 6시께부터 광화문 광장 한 쪽에 경찰버스 수십대로 차벽을 만들어 일부 보행로를 차단,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경찰 측은 '미국 대사관 보호' 차원이라 해명했다.

현재 집회는 청와대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어 밤이 늦도록 국민들의 분노를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공지영·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