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SC은행 근무경력 활용
투자비등 조달… 직원 2명뿐
'CJ 파트너' 의혹 해소 역부족
고양 K컬처밸리에 투자한 싱가포르 방사완 브라더스에 대해 '유령 회사' 의혹이 일자 경기도의회가 현지 조사를 벌였지만 의문만 더해졌다.
현지에서 확인한 방사완 브라더스는 1조4천억원 규모의 테마파크 사업에 투자했다고 보기엔 다소 '단출한' 회사였다. K컬처밸리 투자금 50억원과 CJ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전환사채 330억원 등 K컬처밸리 관련 금액 일체도 방사완 브라더스 대표의 전 직장인 스탠다드차타드(SC)에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이 왜 싱가포르의 신생 소규모 투자 자문 업체를 대규모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결정했는지 의문만 커졌다는 평이다.
도의회 K컬처밸리 특혜 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박용수, 이하 조사특위)가 지난 24일 오후 2시 10분께(현지 시간) 찾은 방사완 브라더스 사무실은 싱가포르 파야 레바의 한 빌딩 8층 끝쪽에 있었다.
방사완 브라더스 대표 로니 치아(Ronnie Chia)가 공동 관리하는 업체 'mrsmint' 간판 밑에 'BANGSAWAN'이라는 글씨가 작게 적혀 있었다. 10평(33㎡)도 채 안되는 작은 사무실에 직원은 대표와 이사 2명뿐. 6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 1개와 냉장고 1개, 복합기 1개가 사무실 집기 전부였다.
사무용 전화도 없었다. 로니 치아 대표는 "사무실은 비울 때가 많고 직원은 필요한 때만 단기간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설립 당시 자본금이 8억 원에 불과했던 방사완 브라더스는 K컬처밸리에 투자한 50억원과 CJ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 인수 비용 330억원을 모두 스탠다드차타드(SC) 일본 도쿄지점에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니 치아 대표는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지점에서 13년간 근무해온 자신의 경력이 일체 금액을 대출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K컬처밸리 사업에 대해서도 옛 직장 동료인 스탠다드차타드 홍콩지점 임원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현지인을 포함한 3명 이상의 투자자가 있고, 현지 사무실이 있다면 1달러만으로도 같은 사무실에 법인 수천 개를 설립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코트라(KOTRA)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지 규정대로라면 일단 '유령 회사'는 아닌 셈이지만 조사특위는 "CJ가 왜 방사완 브라더스를 파트너로 선택했는지 의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조사특위 박용수 위원장은 "자본금의 수십 배를 명함 한 장만으로 대출해줄 수 있는 은행이 어디 있나"라며 "은행 대출 과정에 CJ가 관여했다면 이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자금만 차질없이 들어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공동취재단·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