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더 가까이 다가선 행진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청와대 바로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이 허용돼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청와대 인간띠 잇기'가 처음으로 실현되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궂은 날씨에 가족·중장년층 동참
인간띠잇기 등 평화적 행사 진행
촌철살인 시민들 피켓시위 '눈길'


현실은 비극이지만, 시민의식은 5번째 촛불집회에서도 아름답게 빛났다.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우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피켓을 든 가족단위 시위대가 넘쳐났고 50·60대 중장년층 시민들의 참여도 도드라졌다.

이날 집회는 법원이 청와대 인근까지 시위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와대를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시위가 최대 관심사였다. 실제로 광화문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후 6시보다 2시간 이른 오후 4시께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와 불과 200m 떨어져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400m 앞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3개 노선에서 진행됐고 일부 시민들은 일찌감치 청와대 인근 폴리스 라인에 집결해 자발적인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특히 촛불집회의 '최전선'이라 경찰과 물리적 충돌위험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 연인, 친구 등과 함께 온 일반 시민 참가자들로 붐볐다.

순식간에 청와대를 동·남·서쪽 방향에서 에워싼 시위대는 캐럴인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를 '근혜는 아니다'로 개사해 함께 불렀다. 또 416가족협의회가 세월호를 상징하는 '세월호 고래'와 같이 도착하자 숙연해지기도 했다.

오후 6시께부터 시작된 광화문 집회는 세종대왕 동상이 아닌 광화문 바로 앞에 무대가 세워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미국대사관 보호를 명목삼아 경찰버스로 일부 보행로를 차단, 오가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번 집회에도 촌철살인 같은 시민들의 피켓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하야하그라'를 적은 깃발을 들고 집회 내내 서있던 부천시약사회 이광민 회장은 "청와대가 비아그라, 각종 주사제 등을 대거 구입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회원 20여명과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한 20대 남성은 '일간베스트도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서있기도 했다.

곳곳에선 정부가 강행하는 각종 현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들도 높았다. 전국청소년비상행동 소속 청소년 수십명은 광화문과 청운동 일대를 돌며 '국정교과서 반대'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며 정부 행위를 '매국노'로 비난하기도 했다.

오후 8시께부터는 다시 청와대로 행진이 시작됐고, 집회는 다음 날인 27일 새벽까지 성난 민심을 표출하며 평화롭게 끝났다.

/공지영·박경호·조윤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