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놓고 물고물리는 격전을 펼쳤다.
박 대통령이 전날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것을 놓고 여당 주류측은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을 주장했으나 야(野) 3당과 여당 비주류측은 조속한 퇴진 요구로 이에 맞서면서 연말 탄핵 정국은 또다시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야당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박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도 거부하면서 탄핵 강행 방침을 밝혀 임시국회 종료일인 9일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간에 퇴진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국회가 답해야 한다"면서 여야간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특히 야당이 대통령 담화에 대해 '꼼수'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이는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무시한 피해 의식으로, 국회가 역할을 못 하면 '무기력 집단'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야당을 상대로 박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 마련을 위한 협상을 요청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국가 원로들이 대통령의 '내년 4월 사퇴, 6월 대선'이라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저는 원로들의 제안이 대통령 사임 시기에 대한 논의에서 충분한 준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헌이 전지전능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광장의 함성을 통해 반영된 국민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 첫걸음은 될 것"이라고 밝혀 임기 단축의 방법론으로 개헌을 주장하며 조속한 여야 협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비주류측은 박 대통령에게 스스로 사퇴 시한을 내년 4월말로 제시하라고 촉구하면서 여권 주류측이 주장하는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들은 다음달 8일까지 여야의 협상을 지켜본 뒤 불발될 경우 이튿날 탄핵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으며 가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박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하야와 탄핵 강행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거부했다.
야 3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여야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다음달초 탄핵 절차를 흔들림 없이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3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일단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관한 여야 협상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 됐으며, 현재로선 다음달 2일 혹은 9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처리를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측에서 일단 여야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야당 내부에서도 개헌론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변수는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