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로 떠넘기면서 흔들거렸던 '탄핵연대'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상 탄핵소추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허를 찔린 듯 한 발 물러섰다가 30일 탄핵 정족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대오를 정비한 데 따라서다.
야당도 탄핵소추안의 표결 날짜에 대해서는 2일이냐, 9일이냐를 놓고 여지를 두면서도 9일쪽에 무게를 두면서 그 스케줄에 맞춘 탄핵 공조체제를 재구축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친박(친박근혜) 측이 내세운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에 대해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비상시국위는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여야 간 협상 시한을 8일까지로 선 긋고 탄핵안 처리의 '마지노선'을 내달 9일로 못 박았다.
그러면서 "탄핵 가결선에 무슨 큰 어려움이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탄핵 의결정족수는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에선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 "그래도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시국위 회의 전에 여당 비주류 의원들과 접촉해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비박은 죽는다"는 입장을 전하며 동요를 차단했다
그는 앞서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박계가 주도하도록 하면서 모든 영광을 양보해 꼭 탄핵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에 무게를 뒀던 야 3당은 여당 비주류의 이런 입장에 9일로 연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야 3당 대표 회담에서 최대한 2일 처리하도록 여당 비주류를 설득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9일로 미루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추 대표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의 담화는 장삼이사도 다 비박계를 겨냥한 담화였다고 하는데, 대통령 한마디에 흔들린다면 헌법기관으로 책무 망각하는 것"이라며 "비박계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마지막 책무에 흔들림없이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모두발언에서 여당 비주류를 상대로 "국민과 촛불민심, 지금까지 야 3당과 함께 추진키로 한 탄핵 열차에 동승해서 2일 처리가 불가능하면 마지막 기회인 9일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다만, 야 3당 대표들은 비상시국위가 임기 단축에 대한 여야 간 협상을 지켜보기로 한 것과 달리, 임기 단축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야당은 공동 탄핵소추안을 여당 비주류 측에 전달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애초 야당은 전날 오후 여당 비주류 측에 탄핵소추안 초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해 비주류 측이 논의에 들어가면서 미뤄졌다.
그러나 여당 비주류 측은 초안에 포함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헌정 질서 유린 및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 내용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하는데, 세월호 문제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문구를 넣자고 주장한 민주당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내용 수정까지는 시간이 충분한 만큼 탄핵 추진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 탄핵 실무준비단에서 필요하면 여당 비주류 측과 협상을 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