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과 중앙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후유증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남 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도 될 곳에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도정보다는 국정에 관심이 많아, 이러다 도정이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매일 보고는 받는다지만, 도 전역을 휩쓸고 있는 AI 현장에 남 지사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미 도내에는 AI로 축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나마 안전한 지역들은 AI가 번질까 노심초사다. 시·군이 온통 방역대책에 골몰하고 있으나 이를 진두지휘해야 도지사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도내 경제계 역시 심각한 지경이다. 대 중국 수출비중이 30%를 넘어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남 지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내년도 경기도 국비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서 경기도가 요구한 주요 증액요청 사업 대부분이 무산됐다. 남 지사의 핵심사업이었던 2층 광역버스 도입의 경우,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좌석제 정착과 수송 체제의 개선을 위해 150억원의 반영을 요구했으나 무산됐고, 인덕원~수원 복선전철사업 242억원과 일산~삼성구간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60억원 등이 모조리 제외됐다. 100억원 이상의 증액을 요구한 별내선 복선전철과 월곶~판교 복선철도, 국지도 39호선 가납~상수 도로개설, 포승~평택 단선철도, 임진강 수계 농촌용수공급, 진접선 복선 전철사업 등도 증액이 무산됐다.

지금 국회는 예산확보를 위해 전쟁중이다. 타 시·도지사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국회를 돌며 예산확보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모두 자신의 지역발전을 위해 한 푼 더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남 지사의 모습은 여기에서도 볼 수가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 지사가 도민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 시간에 남 지사가 박근혜대통령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거나 대학강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정은 중앙 정치인에게 맡기고 남 지사는 이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도정을 살피길 바란다. 국정보다 도정이 먼저 마비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