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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후 연설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며 "국제사회가 단결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시민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면서(raise my voice) 유엔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요구 시위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이 이 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하고, 헌법에 따라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는 31일을 끝으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서 물러나는 반 총장은 이날 밤 방송된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와 인터뷰, 그리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한국 내 사태에 대해 "한국 국민이 정부의 통치력 부족(lack of good governance)에 분노와 실망을 표시하고 있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이 수십 년간 보여 준 경제 성장에 대한 자부심과 지혜, 성숙함으로 이번 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매우 훌륭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성숙한 민주 체제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이 미래지향적으로, 성숙한 민주정신과 지혜로 이를 극복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나의 조국을 위해 일하는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겠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으나, 명확한 언급도 하지 않는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했다.

그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말할 순 없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년 1월 1일이 오면 (귀국 뒤) 각계 지도자, 친구들과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조국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임기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막중한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년 1월 1일이 오면'이라고 언급했으나 유엔 측은 귀국일이 1월 1일로 앞당겨진 게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반 총장과의 인터뷰 후 일본의 일부 언론은 그가 임기 다음날인 1월 1일 곧바로 한국에 귀국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으나,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반 총장은 1월 1일에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1월1일에 민간인으로 돌아가며 그는 1월 중순에 한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유엔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언론에 한 것과 같은 취지의 언급"이라면서 귀국 시점이 1월 중순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반 총장은 인터뷰에서 5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 대해 "유엔과 지역 패권국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했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그 나라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분열된 탓에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시리아 사태는 대화로 풀어야지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했지만, 알자지라는 "이에 대한 유엔의 입장은 일관되게 '군사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말이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고 꼬집었다.

또 아이티의 콜레라 창궐, 남수단 내전,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의 현지인 대상 성범죄 등 유엔의 실패가 부끄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성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정책으로 즉시 조처했다"고 대답했다.

알자지라는 반 총장과 인터뷰 제목을 '반기문: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달았다. /테헤란·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