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청문회?
이재용 부회장에 질문 집중 '긴장'
최순실 존재 안지 얼마되지 않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계 무관

◈"대가 바라지 않았다" 대동단결
'靑과 거래 의혹' 제기에 일체 부인
신동빈 "면세점·형제의난 관계없다"
구본무 "정부정책 따를 수 밖에…"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6일 국내 9개 그룹 재벌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국정농단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특히 삼성을 향한 특위 위원들의 집중 질의가 이뤄졌다.

■ 삼성 청문회?


= 이날 청문회에는 9명의 대기업 총수가 총출동했지만, 상당수의 질문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되며 사실상 '삼성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신에게 질문이 쏟아지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그는 거듭된 의원들의 추궁에 "저를 포함해 관련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결단도 보였다.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 집요하게 캐묻는 의원들의 공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얼마 안 됐다"며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관한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민이 알뜰살뜰 모은 국민연금을 이용해 본인의 승계에 이용한 것 아니냐. 왜 협박했느냐"고 추궁하자, 이 부회장은 "송구스럽지만 양사의 합병은 저의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부인했다.

■ "대가성 없다" 대동단결

= 증인으로 출석한 그룹 총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들은 세무조사 회피, 경영권 승계, 사면 등의 대가를 바라며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게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이들은 청와대의 출연요청은 거절이 어렵다며 모금 과정의 강제성을 언급하면서도 대가를 위해 청와대와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한 일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말했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지원 결정이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사면과 관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의 자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가성으로 출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대가를 바라고 한 건 아니고, 모두 하니까 같이 따라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허창수 GS 회장은 "청와대의 출연요청은 거절하기 어렵다"며 각각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전경련 존폐 기로

= 이번 청문회에서 최대 회원사인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이 탈퇴 의사를 전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불똥이 튀었다.

우선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탈퇴의사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질의도중 거듭 전경련 해체를 종용하자 "제 입장에서 해체를 꺼낼 자격이 없다.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SK 최 회장과 LG 구 회장도 전경련 탈퇴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추궁에 결국 탈퇴의사를 밝혔다.

앞서 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이 증인 전원을 향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면 손을 들어 달라"고 하자 신동빈·구본무·김승연·정몽구·조양호 등 5명의 증인들이 손을 들었다.

구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 헤리티지(국가유산) 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전경련 회장인 허 회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해체에 대해선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의종·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